고물가 시대…광주 동구 대인시장 가보니
채소·식용유·밀가룻값 ‘천정부지’
상인 “최악의 불황…월세도 못낼 판”
손님 “장보기 겁난다” 지갑 닫아
일부 점포 폐업·임대 표지판만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가 전통시장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한숨을 돌리려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또다시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대인시장은 저녁 준비 시간이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 상인들은 혹시나 손님을 놓칠까 봐 입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생선좌판에 얼음을 연신 갈아주지만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10년 넘게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모(61)씨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후 이제 좀 괜찮아지나 싶더니 물가가 나날이 뛰는 탓에 찾는 손님이 크 게 줄고 있다”며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도 순식간에 40% 가까이 올라 손님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무더위 속 재료를 부치는 전집 사장 윤모(70·여)씨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식용유, 밀가루, 계란 등 주 재료의 가격이 크게 뛰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최근들어 식용유, 밀가루, 계란, 마늘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너무 올랐으나 전통시장 특성상 그동안 판매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5일 전 전체 메뉴가격을 10%가량 올렸는데 단골들의 발걸음도 뚝 끊어져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째 반찬가게를 운영중인 이모(65·여)씨는 “3천원 하던 열무 1단이 최근 1만2천원까지 올랐다. 장마가 끝나면 또 뛸텐데 큰 일이다”며 “전통시장은 저렴하고 인심 좋다는 인식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다 보니 남는 게 거의 없어 월세 내기도 힘들 판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님들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한숨만 늘고 있다.
대인시장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가정주부 한모(60·여)씨는 “코로나19 때도 3만원이면 2~3일 반찬거리를 장만했다”며 “요즘 채소, 고기 가격이 껑충 뛰어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인시장 일부 점포는 휴업·임대 표지판을 붙여놓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시장 상인과 서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으나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4.7%를 넘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