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체감경기 10년만 최악 기록
철근·시멘트·인건비 등 급등
공사 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
수주하고 착공않는 현장 수두룩
시행사는 건설업계 목소리 외면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 글로벌 경기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건설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IMF나 미국발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퍼펙트 스톰’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건설업마저 부동산 PF리스크로 촉발된 유동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 그리고 레고랜드 사태와 맞물려 건설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상승된 공사비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책과 함께 전문가 처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올들어 건설업계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비용이 늘어 영업이익이 대폭 줄고 있다.

건설 체감경기도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에 따르면 지난달 CBSI는 전월 대비 5.7p 떨어진 55.4로 나타났다. 이는 54.3을 기록한 2013년 2월 이후 10년 만에 맞은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업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 지수로, 100을 웃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이 낙관적임을, 밑돌면 악화를 의미한다. 낮으면 낮을수록 전보다 경영 여건이 악화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대형기업보다 중견기업이, 서울보다 지방 기업들의 낙폭이 훨씬 더 심각하다. 대형기업이 66.7 하락한 반면 중견기업은 9월 67.5에서 10월 48.6으로 18.9p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 기업의 경우 CBSI가 51.7 떨어져 같은 기간 2p 내린 서울(59.0)보다 더 악화됐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실적과 함께 체감경기가 바닥을 찍게 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건설사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집을 지어도 안 팔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는 시행사로부터 시공비를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원자재 값이 올랐지만 공사비 증액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건설사 주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철근 가격은 1t당 평균 1천135달러로 2020년 말(670달러)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열연도 719달러에서 1천459달러, 냉연도 901달러에서 1천960달러로 올랐다. 철근의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인상되면서 치솟는 환율과 함께 수입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1t 당 85만원에 거래되던 철근 가격은 1년새 10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철강업체 또한 인상된 에너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철근 1t당 최대 1만원의 에너지 비용이 붙는다. 11월 철근 기준 가격은 기준가격 체제가 도입된지 11년만에 1t당 6만3천원 가량 인상하는 최대 인상폭을 보였다.

시멘트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를 뛰어넘은 가운데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또한 상승했다. 최종적으로 수입가격은 2.5배 가량 뛰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력이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료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원가 비중의 20%를 차지하던 전기료 부담까지 커져 시멘트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대형 시멘트 5개사는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달 초까지 세번의 가격 인상을 반복했다. 1t 당 7만4천원에 거래되던 시멘트값은 이달까지 41.9% 인상돼 10만6천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인력 감소로 인한 인건비 상승, 유류비 인상과 함께 오른 물류비용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홍강희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부장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손해를 보는 현장이 늘고 있어 공사비 증액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을 시행사에게 요구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며 “현재 수주만 하고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장은 대부분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 분양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시행사가 이를 받아들여 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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