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간신히 부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날 무기명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무더기로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다음날부터 민주당 게시판과 SNS 등에 퍼진 ‘민주당 살생부 명단’과 ‘총선 낙선 대상 의원 명단’은 결코 민주당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분열과 혼란을 부추겨 민주당을 추락시킬 수도 있어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이 명단 작성 집단과 선을 긋고 민생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

일부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이 추측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살생부는 두 종류다. 의원 28명의 사진과 함께 ‘이분들 얼굴 잘 기억해 놓으세요’란 제목의 버전이다. 44명의 얼굴·전화번호·선수(選數)까지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낙선 명단, 우리 지지자들은 오늘 여러분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란 설명이 달린 버전도 등장했다. 이 버전에는 광주·전남 지역구의원 4명이 포함됐다. 해당 의원들은 ‘전화·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며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중단해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천 살생부까지 만든 강성 지지자들은 이번 표결을 앞두고 단일대오로 ‘압도적 부결’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당부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더군다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 대표 사퇴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앞으로 더 강경 입장을 보일 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 살생부 명단’ 등이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계 간 분열만 가속화시킬 뿐 전혀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살생부 작성 세력’과 선을 긋고 오로지 ‘민생 정치’에 진력해야 민주당이 제1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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