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인가 예술인가...세계유문화유산 형상화
95m 높이 장엄하게 솟은 상부 웅장
왕가 무덤 대성당 형상화 주민 반감↓
도시 풍경, 한층 아름답게 변모 평가
지하소각장 아닌, 지상으로 건축설계
근로자 건강 생각 내부시설은 자동화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 전경사진. /ARGO제공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로스킬레(Roskilde)시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 악취 나는 ‘쓰레기’와 ‘아름답다’라는 단어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의 외관을 마주하면, 이곳이 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각장으로 손꼽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두 겹으로 이루어진 외벽의 둥근 구멍을 통해 다양한 색의 빛이 외부로 뿜어져 나오는 형태의 외관은 마치 건물 내부에서 불꽃이 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건축 공모를 통해 설계된 로스킬레 소각장은 현존하는 소각장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불리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본보는 로스킬레 소각장을 찾아 기피 시설이자 혐오시설로 꼽히는 쓰레기 소각장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과 건립 과정 등을 살펴봤다.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 언론담당자 카렌 반 크리스텐슨(Karen Bahn Kristensen)씨와 함께소각장을 둘러보고 있는 남도일보 취재진.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31일 로스킬레 쓰레기소각장 운영사 ARGO에 따르면 로스킬레 쓰레기소각장은 원래 오래된 매립장이 있었다. 1960년대 지어진 노후화된 시설과 쓰레기 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됐다.

그러던중 1997년 EU는 ‘에너지 회수 폐기물’에 대한 직매립이 금지법이 시행을 앞두고, 노후화된 매립장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로스킬레시는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노후화된 매립장을 현대화하기로 결정했고, 지난 2008년 국제공모전을 통해 네덜란드 건축가인 에릭 반 에게라트의 디자인 작품을 선정했다.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 전경사진. /ARGO제공

97m까지 장엄하게 치솟은 소각장은 이 도시의 역사적 기념물인 로스킬레 대성당을 형상화했다.

로스킬레 대성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역대 왕과 여왕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장소로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소각장과는 이미지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성당을 형상화한 멋진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이제 지역에서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도시 풍경을 한층 아름답게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로스킬레 기차역에서 1㎞를 걷다보면 로스킬레 소각장이 눈에 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로스킬레시는 소각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소각장 내부 투어를 진행하고, 폐기물을 태우는 열병합 발전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곳에선 로스킬레시 전역에서 모인 쓰레기가 1년에 35만 톤씩 소각된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EU(유럽연합) 권고 기준보다 훨씬 낮다. 소각굴뚝에서 배출되는 연기 역시 99% 수중기다.

남도일보 취재진에게 쓰레기 소각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언론담당 카렌 반 크리스텐슨(Karen Bahn Kristensen)씨.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 언론담당자 카렌 반 크리스텐슨(Karen Bahn Kristensen)씨는 “소각장이 로스킬레 대성당을 형상화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며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1960년대부터 있었지만, 지역민들에게 인기 있는 시설은 아니었다. 현대화한 이후 주민들은 오히려 깨끗한 소각장이 들어섰다고 좋아한다. 국내외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낸 지상 소각장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만들어졌다. 혐오·기피 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은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화’로 만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이곳은 편견을 깨고 오히려 드러냈다. 대신 혁신적인 디자인과 역사성이란 색을 건물에 입혀 시민들의 반감을 줄였다.

카렌씨는 “지금의 건축디자인을 택한 것은 필수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는 의도였다”며 “대신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개방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혔다. 그랬더니, 시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소각장을 지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기존 매립시설의 현대화다.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당초 공업 부지에 있던 오래된 쓰레기 매립지였다. 때문에, 현대화된 소각시설을 짓는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악취 등이 없어질 수 있었다며 반겼다. 실제 본보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소각시설 내 근접했을 때를 제외하곤 건물주변에선 어떤 악취도 맡지 못했다.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소각시설 내 밀폐된 곳들을 모두 기계식으로 자동화했다. 직원들은 별도의 분리된 공간에서 유리창 너머로 소각장을 모니터링하며 폐기물 투입을 위한 기계 조작을 맡는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쓰레기 에너지 활용으로 자급자족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소각시 발생하는 열로 고압 증기로 난방용수와 전기에너지 등을 만들어 2만개의 공장과 41만8천명의 주민에게 공급한다.

로스킬레 시민들은 천연가스와 비교했을 때 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이용요금이 저렴해 오히려 선호한다. 또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는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크다.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 관계자는 한국에 이 같은 자원회수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역이 아닌 원래 있던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환경에 대한 인식과 교육을 통한 주민 수용성 확보는 필수다.

카렌씨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할 때는 신규 입지에 소각장을 새롭게 만드려고 하면 힘들 수 있다”며 “기존에 소각시설이나, 매립장이 운영되고 있는 곳에 현대화된 소각장을 짓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로스킬레 쓰레기 소각장은 자원회수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도 일조하고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소각시설 내 밀폐된 곳들은 모두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악취와 매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공기압조절장치를 통해 외부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대신 직원들은 별도의 분리된 공간에서 유리창 너머로 소각장을 모니터링하며 폐기물 투입을 위한 기계 조작을 맡는다.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직원 A씨는 “모든 업무가 소각시설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웃어보였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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