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헤헤에!....... 이 이거 연전연패(連戰連敗)로구나!"

조대감은 겸연쩍은 듯 중얼거리며 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잔뜩 온몸에 불이 달아오른 화선이 보기 민망(憫惘)하였던지 스르르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었다.

지난 봄날 화선을 처음 만났을 때는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주는 대로 술을 받아먹고 함부로 날뛰다가 그 밤에 화선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그만 술에 녹초(綠草)가 되어 실패(失敗)하였고, 오늘 밤은 잘해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벼르다가 제풀에 들떠 때도 맞추지 못하고 초장(初場)에 쓰러져 그만 실패하였으니 대개 세상사라는 다 그러한 것이었다. 중요한 때를 모르고 그 기분에 들떠 먼저 녹초가 되어버리거나, 너무 잘해보려고 하다가 또 실패하는 것이었으니 이는 무엇인가?

조대감은 맥없이 엎어져 그런 생각을 곰곰 해보는 것이었다. 국솥을 따뜻하게 덥혀놓고 한술 제대로 떠먹지도 못했으니 ‘아하하하하!’ 사내 꼴이 참으로 말이 아닌 조대감이었다.

"아! 아이구! 이 이를........"

화선이 제 넓적다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어 어흠! 화 화선아! 솥에 끓는 그 국은 무슨 국이더냐?"

조대감이 실눈을 뜨고 화선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 아이구! 사또 나리! 철없는 것이, 때를 모르고 조기낙하(早期落下)한 향기만천(香氣滿天) 허실율탕(虛實栗湯)인 듯하옵니다!"

화선이 말했다. 말인즉슨 밤나무의 밤이 때도 모르고 열매도 맺히지 않았는데 철도 모르고 먼저 떨어져 꽃향기만 온 하늘에 가득한 빈 탕 찐 밤이라는 것이 아닌가! 하긴 온 방에 밤꽃 향기가 가득 퍼졌는데 저 팔팔 끓어 뜨거운 화선의 국솥은 누가 떠먹는단 말인가!

"허허! 그렇구나! 아니 그놈이 내 귓전에 대고 낙심허망(落心虛妄) 불초소생(不肖小生)이라고 여쭈라는구나! 이를 어쩔 것이냐?"

조대감이 실눈을 뜨고 화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아! 아이구! 사또 나리! 펄펄 끓는 국솥이 이르기를 후일강생(後日强生) 영구불사(永久不死)를 기원소망(祈願所望)이라고 여쭈라고 하옵니다!"

화선이 말했다.

"그 그래! 화선아! 잘 알았다고 여쭈라고 하는구나! 잠깐만 기다리면 소원성취(所願成就)라는구나! 하하하하하하!"

조대감이 말을 하면서 벌떡 일어나 화선을 와락 끌어안는 것이었다.

"어머! 어어........ 어머! 아아 아니! 사사사! 사또 나리! 그 그새 생기강성(生氣强盛)하셨나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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