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 아아아으윽! 오 오오오매! 나나 나 죽네! 나 죽어!"

순간 화선의 날 선 비명이 천장을 뚫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솟구치는 것이었다.

그날 밤 화향옥에서는 조대감과 화선의 뜨겁고도 강렬(强烈)한 열애(熱愛)의 괴성(怪聲)이 새벽까지 그치지 않았던 것이었다. 화선은 열 번도 더 넘게 ‘오! 오매! 나 죽네!’의 문턱을 오르락거렸고, 조대감은 가슴에 맺힌 것들을 티끌까지 죄다 게워냈던 것이었다. 사랑을 한번 하려거든 남은 티끌 한 점 남김없이 모조리 완전연소(完全燃燒)해야 할 것이 아니던가? 기왕에 타오르려거든 검은 숯가루 한 점 없이 다시는 뒤돌아볼 미련일랑 절대로 남겨놓지 말고 모조리 긁어 말끔히 태워 버려야 할 일이었다.

조대감과 화선은 마침내 기름 한 방울 남김없이 타버린, 아니 그 심지(心地)마저 타버린 연후에야 서로에게 지쳐서 다시는 보지 않을 마음이라도 된 양 포개어진 몸을 각각 서로 떼어놓으며 곧장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잠에 빠져 있던 조대감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창이 번이 밝아오는 아침이었다.

조대감은 본능적으로 눈을 번쩍 뜨고 지난밤을 떠올리고는 손을 뻗쳐 옆을 뒤져보았다. 옆에 누워있어야 할 화선은 벌써 일어났는지 자리에 없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자리가 텅 비었다. 지난밤 뜨거운 격정(激情)의 순간이 찰나에 가버리고 고요히 찾아온 태연자약(泰然自若)한 평온(平穩)이 낯설었던지 조대감은 한동안 그대로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의관정제(衣冠整齊)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난밤 일은 말끔히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리고 어서 아침을 먹고 관아로 돌아가 오늘 일을 새로이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조대감이 관아로 돌아가 일을 마치고 석양이 되었을 무렵 한 여인이 관아로 들어오고 있었다. 보니 화선이었다.

"어어흠! 화선아! 어찌하여 여기는 왔느냐?"

조대감이 화선을 맞이하며 말했다.

"사또 나리! 다름이 아니라 유진사 어르신께서 오늘부터 관아로 들어가 홀로 사시는 사또 나리를 보살펴드리라는 엄명(嚴命)을 받잡고 이렇게 왔습니다"

화선이 아무래도 지난 밤일이 부끄러웠는지 벌건 얼굴로 고개를 수그리고 말했다.

"허어! 그래! 유진사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썼단 말이냐? 그러나 관아에 사사로이 기녀(妓女)를 들여 살다니 참으로 난감(難堪)하구나!"

조대감이 말했다.

"아이구! 사또 나리! 소, 소녀의 딱한 사정을 좀 보아 주십시오!"

화선이 눈을 내리깔고 어리광을 부리듯 떼를 쓰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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