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아압! 이 이러시면!……아아 안ㄷ……으 흐흡!……"
화선이 자지러지듯 외치며 신음을 토하는 것이었다.
‘여인이란 항상 결정적일 때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 몸은 그와 반대라……’ 조대감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화선은 지난번에 천침(薦枕)을 해달라며 제법 도도하게 굴었건만 지금에 와서는 이리 애걸(哀乞)하듯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실상 여인은 사내가 그 대상을 가치(價値) 있게 보고 달려들었을 때는 그 가치가 수천 수억 배 드높아질 수 있지만, 막상 마음 접어 싸늘하게 돌아서 버리는 순간 그 가치는 저 발부리에 한사코 채는 귀찮은 작은 돌덩이보다도 더 가치가 없는 것이고 마는 것이 아니던가? 마음 안에 있었을 때와 마음 밖에 있었을 때의 그 여인의 거리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멀고 먼 것이었다. 아마도 여인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러기에 여인은 사내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항상 붙잡아 놓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는 것 아니겠는가! 언제나 얼굴에 향내 나는 화장 분을 짙게 칠하고 고운 말과 미소로 때로는 상냥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돌아서며 사내가 자신을 향한 그 마음을 절대로 그만 싹둑 끊어내지 못하게 붙잡아 두려 온갖 교태(嬌態)를 부리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여인은 천하제일요물(天下第一妖物)이리라!
조대감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험악하게 손아귀를 놀려 화선의 겉저고리를 마치 찢어버리기라도 할 듯 무섭게 덤비며 벗겨내는 것이었다. 그동안 몇 날 몇 밤을 벼르고 벼르며 화선을 다시 만나면 강인한 수컷 됨을 반드시 증명(證明)해 보이리라 이를 갈았던가! 그런데 때가 바로 지금 오지 않았는가! 정조준(正照準)하여 시위를 당길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마치 야수(野獸)처럼 덤비는 조대감의 칡넝쿨 같은 완력(腕力)에 화선은 그만 스르르 무너져 너무도 쉽게 말 잘 듣는 순한 여인이 어느새 되고 마는 것이었다.
조대감은 고개를 번쩍 들어 화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입술로 화선의 가슴 가운데 맺혀있는 속저고리 끈을 찾아 물어 헤치는 것이었다. 이빨로 속저고리 끈을 물고 팽팽하게 잡아당기자 어느 결 가야금 줄처럼 팽팽해지더니 탁! 하고 허공에서 실타래가 튕겨 풀어지는 것이었다. 그 탄성(彈性)과 흐트러져 오므라드는 찰나(刹那)의 곡선(曲線)! 그것은 마치 가을 뙤약볕에 잘 익은 녹두 콩 껍질이 잘 말라비틀어져 허공중에 탁! 하고 일순(一瞬) 터지는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가슴에 뜨겁게 맺혀있는 안타까운 생명에 대한 원초적(原初的)인 갈망(渴望)들이 세상 속으로 거품이 터져 튕겨 올라 분수처럼, 아니 해맑은 종소리처럼 ‘쏴아아아아아!’ 하고 한없이 멀리 울려 퍼지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극한 쾌락(快樂)이었다. 조대감은 그 순간 가슴속에 딱딱하게 똘똘 차돌처럼 뭉쳐있던 고통(苦痛)이 깊은 희열(喜悅)이 되어 가슴을 싸르륵 타고 흘러 퍼지는 것이었는데, 자신도 몰래 참을 수 없는 열락(悅樂)의 기쁨으로 몸을 부르르 한없이 떨었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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