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전세 사기 피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제도가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자임을 인정받고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은 성긴 사회안전망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를 기획 실행한 가해자들은 계속해서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내고, 제도의 허점을 계속 파고드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피해 발생 후에야 논의가 시작되며 그 대응은 더디기만 합니다. 현재 광주 지역 피해자들의 다수는 광주광역시 곳곳에 현수막과 포스터 및 온라인에서 ‘선착순 2년간 전세대출 이자 전액 지원(2년간 무이자)’, ‘살아보고 결정하자! 2년 단위 갱신 계약(2년마다 즉시 퇴거 가능)’과 같은 광고 문구를 통해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이러한 광고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정의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그 허점을 틈타 수없는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들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전세사기’에 잠식되어 고통 속에 있음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 전세사기 피해가 아닌 경제범죄 피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시작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최근 지역 내 부동산 시장의 불황 등 전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행정, 그리고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때입니다. 피해 위험을 미리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정보 비대칭이 전세 사기의 중요 원인인데 이를 해소하는 걸 주저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두렵고 막막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 선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위 내용은 지난 3월 7일 광주광역시청 앞, 전세 사기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나의 발언이다. 3월의 찬 바람 부는 계절을 지나 뜨거운 여름을 거쳐 가을을 마주하고 있다. 계절은 바뀌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때 그 피해자들의 사건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광주 곳곳에서 새로운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광주시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재정 부실로 인해 발생한 임차인들의 피해와 관련해 해당 업체들은 부동산 경기를 핑계로 해당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임차인들을 모집했다는 점에서 사기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임대 보증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임대의무기간 양도 조건의 법 규정을 악용해 전월세로 홍보한 후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그날의 발언 이후 새로운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황들을 마주하며 부끄러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지난 8월 미추홀구 전세 사기 2심 판결 주범은 징역 7년, 전세사기 일당 10명 모두 대폭 감형받았다. 피해자들은 해당 판결이 전세사기 면허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라며 비통해 했다. 정직하게 성실히 살아가야 하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누가 땀 흘리는 것의 가치를 좇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최근 지역 내 전세사기 혹은 현재 행정에서 ‘전세사기’라고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주거 사기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발생 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으로 피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현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라는 말이 전세사기를 기획, 실행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주거는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토대이다. 지역 청년들이 안전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고민한다면 주거정책은 가장 핵심이다. 우리 지역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관련한 실태조사와 함께 중앙정부 정책으로 메워지지 않는 지역의 보완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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