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우정의 공간 아름다운 한국정원
격조 높고 풍광 좋지만 보여주기식 아쉬움
파리대학 도서관 옥상 뜻깊은 솔섬정원
소나무 죽어 미안해 하는 프랑스 사람들

[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
1. 프롤로그
2. "세계 금메달 작품, 광주호 생태공원에 전시"

3. 파리의 한국정원…아름다움 '보여주기’
4. 권위 있는 ‘프랑스명인셰프협회’ 초청된 ‘미식가’ 플랫폼
5. ‘한국 르네상스 프로젝트’ 승인에서 무산까지
6. "라면 말고 간장 레시피 : 진정성이 통한다" 파리 현장 메시지
7. "착시의 안경을 벗어요" : 기후위기 인류 미래의 창

파리 서울공원 전경
서울정원 대나무 숲. 담양 소쇄원의 대숲을 모티브로 입구인 피세문을 들어서 정원 내로 향하는 공간에 설치했다.
서울정원 대나무 숲. 담양 소쇄원의 대숲을 모티브로 입구인 피세문을 들어서 정원 내로 향하는 공간에 설치했다.

프랑스 파리에 한국정원은 서울정원과 솔섬정원이 있다. ‘서울정원’은 파리 볼로뉴 숲 속 아클리마타시옹 정원에 2002년 조성된 한국정원이다. ‘솔섬정원’은 파리7대학 중앙관 옥상에 2010년 조성됐다. 연간 1천3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아클라마타시옹정원 안에 1400평 규모로 조성된 한국정원은 맑게 갠 가을하늘과 잘 어우러져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도서관과 책으로 둘러쌓인 솔섬정원은 유리벽안에서 정방형 연못모양과 원형 섬 위의 소나무, 한글로 된 한국싯귀로 한국 정서를 표현하고 있었다. 유럽문화 한 복판에서 한국문화를 상징하고 있는 두 공간을 찾아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서울정원

서울정원 표지판과 피세문.

파리의 한국정원은 찾아가는 길은 맑았다. 드골공항에서 여정을 시작한 이후 그치지 않았던 궂은 날씨가 그날 따라 맑게 갠 것은 행운이었다. 가을하늘 빛깔이 호수에 내려앉고 정자와 푸른 대나무숲 옆으로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정표에 따라 도착한 서울공원은 ‘피세문’현판이 한글로 걸려 있어 한국정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세속으로부터 벗어난 공간을 의미하는 피세문을 외삼문으로 만들었다. 서울정원에 조성된 온갖가지 식물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의미를 현판에 새겨 놓은 것이다. 닫힌 외삼문을 열려고 다가서니 우측 입구는 닫혀 있고 좌측 출구문만 열려 있다. 한국에서는 외삼문이 출구와 입구를 구분해 쓴다는 것을 공원관리하는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하며 문안으로 들어섰다.
벅수 옆으로 대숲이 펼쳐졌다. 짧지만 소쇄원 입구를 차용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대숲 사이로 ‘병풍을 두른 듯’하다고 한글로 표현된 시와 함께 시담이 눈에 들어 온다. 담에 다가서서 뚫린 곳으로 풍경을 보니 창문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현대적 재해석일까? 안과 밖의 구분이 뚜렷한 유럽인에게 이 담장의 ‘창문’이 어떻게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소쇄원의 담장은 아래로 계곡물이 흘러 들어와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이 이어지는 담장인데 이곳에서는 풍광을 보는 시각으로 이를 대신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서울정원 화계.

신라의 월지와 동궁을 모티브로 월대를 만들어 놓았다. 프랑스 안전 규정에 따라 유리와 철 구조물이 설치돼 시선을 가로 막고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맞은 편에는 놀이공원 시설인 동물보트가 어린이들을 태우고 있었다. 연못 절반이상만 한국정원 영역인 때문에 설치된 유원지 풍경이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맞은편에서 감상하는 아이들 눈에는 한국정원 전경이 한눈에 보이겠다. 고개 들어 루이비똥재단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그 건물 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국정원의 풍광이 멋스러울 것이다. 길을 따라 정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복궁의 화계를 옮겨 놓으려 했다는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인지라 꽃은 지고 없지만 굴뚝 기둥에 새겨진 아름다운 갖가지 꽃 문양이 한국적 정서를 드러내 줬다.

서울정원 죽우정.

중심에 화려한 색상의 정자가 죽우정이다. 선비들이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로 귀와 마음을 깨끗하게 씻는 명상의 공간으로 ‘죽우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설계자의 의도는 십분 이해한다. 푸른 나무로 둘러친 곳에 한국문화의 상징이 되는 정자를 세우는 데에는 고심이 있었으리라 이해된다. 다만 선비가 명상하는 정자가 궁중 건물처럼 화려하다는 점은 아쉽다. 대숲과 거리도 있지만 올라 앉을 수 없는 관상용이라 더욱 안타깝다. 명상은 어디에서 해야 하나 앉을 곳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정원 솟대 장승 벅수.

돌다리를 건너니 돌장승과 벅수가 솟대 옆에 세워져 있다. 솟대는 군장과 제사장의 영역이 구분됐던 시대의 소도에서 비롯됐다. 장승은 마을 입구에서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정표역할을 했던 역사유산이다. 상징을 보여주는 데는 의미가 있겠지만 어색한 배치였다. 과거 사진에는 분수가 솟고 있었는데 현지에서 보니 분수는 사라졌다. 맞은편에서 전체풍광을 살피려할 때 화산암과 같은 설치물에서 계곡물처럼 낙수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자연의 이치를 순응하며 살아왔던 한국적 정서가 낙수(작은 폭포) 떨어지는 소리에 배어 있었다. 낙수는 작지만 조금씩 흐르면서 연못 물의 정화를 담당하고 있었다.

솔섬정원 전경

◇솔섬정원
솔섬정원은 파리7대학 한가운데 숨어 있었다. 관계자가 닫힌 문을 열어줄 수 없다며 ‘미안해요’를 자꾸 말하는 것으로 보아 개방할 수 없는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불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재단의 후원으로 2010년에 진행되었던 공모전에서 우리의 <솔섬정원>안을 채택했다.대학측의 요청으로 조경 공간보다는 상징 공간으로서의 한국 정원을 만든 것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코드로 ‘한국의 우주’, ‘한국의 얼굴’ 그리고 ‘한국의 노래’라는 세 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정방형 공간에 소나무 섬을 설치해 천원지방으로 천지우주를 표현했다. 안타깝게도 소나무가 죽어 있었다. 관리자의 미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가인 나무의사에게 물어보니 소나무는 뿌리가 깊어 수분 흡수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이렇게 약해진 소나무는 해충에 공격당하기 쉽기 때문에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관계자는 이 정원이 소중하고 자랑스러웠을 것인데 죽어버린 나무를 한국기자에게 보여주기 힘들어 했던 것이다. 한국의 얼굴은 민화의 호랑이요, 한국의 노래는 용비어천가 ,윤동주의 서시, 김수영의 풀, 김소월의 초혼이었다. 기둥 없는 처마에 하늘을 향해 타공돼 한글의 미학을 뽑내고 있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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