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한복이라도 한국문화 증명
기후위기 대안은 배려·공생
한국전통 철학 담은 정원이 최고
유럽 인기 현상 뒤 본질 파악 필요

[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
1. 프롤로그
2. "세계 금메달 작품, 광주호 생태공원에 전시"
3. 파리의 한국정원…아름다움 ‘보여주기’
4. 권위 있는 ‘프랑스명인셰프협회’ 초청된 ‘미식가’ 플랫폼
5. ‘한국 르네상스 프로젝트’ 승인에서 무산까지
6. "라면 말고 간장 레시피 : 진정성이 통한다" 파리 현장 메시지
7. "착시의 안경을 벗어요" : 기후위기 인류 미래의 창

[에필로그]
의식주를 포함하는 한국주거문화에 대한 프랑스 현지의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파리를 취재했다. 루브르박물관 앞 공사 중인 한 건물은 공사안전과 경관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거울을 사용했다. 거울의 착시 현상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떠올랐다. 유럽 한류 열풍은 ‘한국인’의 자존감 회복에 힘을 줬다. 그러나 3천억원으로 제작한 오징어게임이 1조2천억원 가치를 창출했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넷플릭스 미국 본사로 귀속됐다고 한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등 한국문화 흥행몰이 앞에 즐기기만 한다면 ‘착시’효과의 공허함을 맛볼 우려가 있다. 한국주거문화의 유럽 내 인기는 일종의 현상이다. 그 본질을 인식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탐색하는 것은 한국인의 몫이다.
식물벽과 투수성포장을 보기 위해 깨부랑리박물관으로 향할 때 통역사는 ‘박물관에는 한국문화도 전시돼 있는데 한복 하나밖에 없어서 실망할 것’이라 했다. 현장에는 전시됐던 한복 세 벌마저도 지난 8월 이후 개편에서 빠졌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그간 중국의 한복공정을 반박논리를 입증하며 자리를 지켰던 한복이라, 빈자리가 아쉬웠다.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 중국의 문화예속화공정의 대상이 급증하고 있다. 태권도, 판소리, 아리랑, 삼계탕, 부채춤 등이 그것이다. 한글 유래를 중국어 발음과 연결시키고 세종대왕, 윤동주와 독립운동가들, 김연아 등을 조선족이라 소개하며, k-pop을 아시아팝이라 하여 A-pop으로 부르는 등 문화 침탈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전통 주거문화인 한옥도 중국건축물로 포함시키는 중국정부 사이트가 등장한 실정이다. 프랑스처럼 인간 뜻대로 식물 생명을 자르는 정원에서 ‘자연과 더불어’로 바뀌는 트렌드 변화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살펴 본다.

루브르박물관 앞 공사중 건물의 거울외관. 자세히 보면 건물이 없는 듯 착시효과를 내고 있는데 공사외부를 거울로 감쌈으로 안전과 경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 앞 공사중 건물의 거울외관. 자세히 보면 건물이 없는 듯 착시효과를 내고 있는데 공사외부를 거울로 감쌈으로 안전과 경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문화예속화 다툼과 한중일 정원
중일과 다른 한국정원은 한국문화의 품격을 반영한다. 해외 한국정원 41개 중 유럽에 9개, 미주에 12개가 조성돼 지구 저편에서 우리나라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럽 한국정원들은 대개 조성 후 10년 이상 돼 관리와 개보수가 필요한데 조성비용을 우리가 부담했고 이에 따른 기술 전수가 없었기 때문에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EU에서 전액부담한 경우가 많은 일본정원, 중국정원에 비해 프로그램도 적고 출입 제한이 많다는 보고가 있다.(산림청보고서:해외 한국정원 조성현황 및 관리방안 연구) 예산들인 만큼 관리도 잘해 격조 높은 문화강국을 향한 국민적 열망을 잘 담아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어교사와 마찬가지로 세계로 나갈 한옥기술인력, 한국조경기술인력을 양성해야 조성 관리에 대비가 된다.
이규보의 ‘손비서냉천정기’엔 "억지로 기괴한 돌을 모아 산을 이룬다 한들 그것은 조물주가 일찍이 개벽하여 놓은 천연의 형상만은 못하다." 라며 아름다움의 관점을 제시했다. 소주 ‘졸정원’ 등 중국정원은 인위적으로 대규모 석산과 담장을 둘러친 웅장함이 있다. ‘류안지’ 등 인간의 실용성에 맞춰 수목 크기를 자르고 작게 만든 일본정원도 동양정원이다. ‘소쇄원’과 같이 자연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는 차경 원리와 조원 방식이 한국정원이다. 흔히 동서양 비교에 ‘분수’와 ‘폭포’를 말한다. 인위적인 분수에서 낙수소리의 시원함은 자연법칙이었다. 작은 계곡이 있는 별서정원에 서면 매 순간 자연법칙을 느낄 수 있다. 햇빛과 달빛, 철마다 각양각색이고, 물과 나무와 흙이 창출한 만물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으며, 또 이 모든 것을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 정신이 담긴 한국정원을 프랑스전문가들이 귀하게 여겼다.

◇기후위기에 자연주의는 ‘시대정신’
프랑스 자르댕자르댕의 노에미씨는 독특한 젊은 세대가 k-pop에 매료돼 한국문화가 프랑스에 알려졌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정 안에서 가족들이 k-드라마에 빠졌다고 한다. 한류 애호 열기는 남녀노소 전체 세대에 확산됐다고 한다. 김치만들기, 한복입어보기 등이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코로나는 김치, 녹차 등 한국발효식품의 가치를 주목하게 했다. 한국정원은 파리기후협약과 함께 지구적 현안으로 떠오른 이상기후현상을 대응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 정원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수천년 동안 간직해 온 타인과 사물에 대한 배려심, 공존공생의 철학은 현대 상업주의·이기주의로 발생하는 환경 파괴와 각종 오염에서 벗어날 대안적 생활문화의 전형이었다.
밀레를 비롯해, 에밀졸라, 모파상 등 거장들의 예술과 철학 사조의 영향으로 프랑스의 뜻 있는 지성인들은 경고하고 분야마다 대안을 모색해 왔다. 최근 한국문화 열풍과 더불어 한국정원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한다. 필립 아스로커스 부회장은 한국사회에서 프랑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했다. 생각이 있지만 말을 아껴야 했다. 그의 질문이 가슴에 다가온 이유는 서로를 더 알아가는 문화접변이 소중한 시기라는 공감 때문이었다. 산을 오를 땐 숲과 나무 모두 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한류문화와 한국정원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전략적 관점과 구체적 행동이 병행돼야 실질적 확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제공 사진 일본정원…‘k-정원 세계화’
기획취재기사가 6회까지 보도되는 동안 미국 뉴욕에 전남정원이 오픈 됐다. 소쇄원, 부용정, 백운동정원, 쌍산재 등 수많은 전통정원과 순천만국가정원의 고장 전남이 뉴욕에 한국정원을 만든 것이다. 독자 메시지 중에는 원로 전통조경가의 조언도 있었다. 한 독자는 가족여행에서 미국 LA의 일본정원 데스칸소 가든스를 방문하고 사진을 공유하며 ‘임야가 있는 규모의 한국식 정원을 조성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에 사는 한 주부는 장독과 무궁화로 자신의 정원을 가꾸며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웠던 스토리도 전해 왔다. 특히 미슐랭스타들, 즉 전세계 프랑스 마스 터셰프들이 한불수교 140주년인 2026년에 미식의 본고장 한국을 방문하고자 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본 기획취재와 같은 또 다른 보도가 있어 세계를 향한 한국인의 시야를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착시’는 아닌지 확인도 필요하다. 한국전통 아름다움과 가치있는 문화를 보존해 온 지역(로컬)에서 세계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장독대 정원을 보존한 한옥문화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담그기’가 빛나는 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역이 보존한 한류 원형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든든한 기둥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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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문회루. 전북대는 한옥기술자 양성을 통해 한옥 수출 시대를 열고 있다. 양성된 기술자들이 참여하여 백제식 누각을 복원한 것이 문회루다.
미국LA 일본정원 데스칸소 가든스(Descanso Gardens)는
일본인들이 한 구역 전체를 사들이고 자연 지형을 살려 일본식 수목과 정자를 가꾼 유료입장 정원이다. / 독자 제공
구례 쌍산재 앞 우물. 쌍산재의 집주인은 우물을 대문 밖에 조성해 이웃과 공유해 전국 최고 장수마을이 되는데 일보한 명천이다. 약초 무성한 지리산에서 흘러드는 샘물은 장수 비결로 알려졌다.
깨브랑리박물관의 일본 무사 갑옷. 일본문화의 호전적 단면을 볼 수 있다.
깨부랑리박물관에 전시된 한복. 중국이 제기하는 한복 논란에 답을 주고 있다. / 유학생 황신애씨 제공
프랑스 공항에 전시된 루브르박물관 정원 풍경. 인간의 욕망대로 생명있는 식물을 자르고 조형한 유럽정원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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