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
1. 프롤로그
2. "세계 금메달 작품, 광주호 생태공원에 전시"
3. 파리의 한국정원…아름다움 ‘보여주기’
4. 권위 있는 ‘프랑스명인셰프협회’ 초청된 ‘미식가’ 플랫폼
5. ‘한국 르네상스 프로젝트’ 승인에서 무산까지
6. "라면 말고 간장 레시피 : 진정성이 통한다" 파리 현장 메시지
7. "착시의 안경을 벗어요" : 기후위기 인류 미래의 창

역사엔 아이러니가 자주 보인다. 프랑스 정원사 조셉 모니에는 자꾸 깨지는 화분을 개선해 철망을 이용한 콘크리트화분을 만들어 1854년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다. 이렇게 20세기 ‘건축의 꽃’이라 불리는 철근콘크리트가 등장했다. 21세기 오늘날엔 정원전문가가 콘크리트 바닥을 깨고 물순환 회복을 시도하고 도로를 다이어트해 나무 심는 공공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또다른 아이러니는 에펠탑 스토리다. 철과 콘크리트 대신 나무와 생명을 갈망하는 유럽문화 한 복판 파리를 걸으며 트렌드 변화의 방향을 알아본다.

에펠탑 관광객들

◇ 에펠탑 스토리와 정원문화
빌라윈저 정원에서 해설하는 사람은 ‘에펠탑이 보이는 곳’이라며 자랑했다. 마치 ‘무등산이 보이는 곳’임을 말하며 집터를 설명했던 어느 가문종손이 떠올랐다. 어찌 명산 무등산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만은 300미터까지 하늘을 장악한 듯 치솟은 건축물 에펠탑은 프랑스 과학기술과 예술의 결정체였다. 건축가 귀슈타프 에펠을 비롯한 저명한 예술가, 과학자, 건축공학자 72명이 2년2개월간 1만8천개 철조각으로 제작한 에펠탑은 1889년 만국박람회를 찾은 3천200만명 중 180만명이 계단을 밟은 명작이다. 에펠탑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무너지면 다 죽는다는 위험문제, 철골 뼈대만 앙상한 흉물 미관문제, 막대한 비용문제, 항공장애 문제 등의 논란을 묵살하고 건축을 강행했다.
임대기간 20년 동안 무사고에 한명 사망, 당대 첨단 철골건축 공학을 선보인 균형미, 3년만에 입장료로 투자자금 회수, 나치 침공을 막는 전파제어와 송신안테나 탑재 등으로 여러 논란을 잠재웠다. 130년간 3억명이 다녀갔던 이 탑은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됐다. 프랑스 대 문호 모파상은 ‘꼴도 보기 싫다’며 에펠탑이 안보이는 쪽으로 창이 있는 집에서 살면서 건축에 반대했지만 에펠탑 내부 식당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이 식당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3층까지 관람객이 입장하기도 하지만 인근 센강 건너까지 이어진 뷰 포인트에서 기념촬영하기 위해 줄며 장사진을 이룬다. 무등산은 말없이 수천년을 우뚝서 있는데 말도 많은 에펠탑은 파리 하늘을 가르고 있다.

파리 도로에 설치된 정원

◇ ‘자연과 함께’로 전환하는 파리
파리개조계획에서 500미터 내에 녹지공간을 만드는 원칙을 세운 결정에는 나폴레옹3세의 꼼수가 있었다고 한다. 좁은 길은 저항 세력의 바리케이트 설치가 쉽고 진압군대가 주둔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도시계획에 넓은 대로를 만들고 녹지를 명분으로 조성한 공원에 군대를 주둔시키려는 발상이었다. 그 꼼수 덕택에 거대도시 파리에 숨쉴 공간이 유지된 것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거리엔 가로수가 멋들어지지만 권력 유지를 위한 구상이 얄밉게 보인다. 곧게 뻗은 트램 선로 위를 자유롭게 보행하는 사람들 뒤로 푸른 잔디 녹지공간이 눈에 띤다.
프랑스 고속철도망 떼제베와 연동된 파리 지하철망이 유명하다. 그러나 취재하는 날 내린 비에 파리법원 앞 전철역은 물바다가 돼 몇 시간 출입이 통제됐다. 지하철 고장이 잦아 시간 약속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막차시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좌불안석한다. 노선에 따라 2층 전동차도, 무인전동차도, 덜컹거리는 구식전동차도 함께 운행되고 있다. 두량을 연결한 시내버스가 좁은 도로 지역을 다닌다. 넓은 도로를 좁혀 차량이동량을 줄이고 지하철을 주축 대중교통 수단으로 교통망을 확충했다. 이동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급할 때는 우버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도시의 이산화탄소량 관리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망 체계와 가로수를 포함한 녹지공간 에 의해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연과 식물이 주는 산소의 청량감을 회색도시의 사람들도 느끼기 시작하는 듯 했다. 9층 건물의 대학생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을 결단할 정도로 파리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파리 대중교통 트램. 선로는 잔디를 식재해 녹지공간 확보와 대중의 교통 편익을 동시에 마련했다.
파리7대학 엘리베이터. 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위해 9층 건물인데 학생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 맛보고 요리하며 한국문화에 ‘풍덩’
파리 거리 곳곳엔 여전히 노숙자가 누워 자고 있다. 전혀 불쌍해 하거나 불쾌해 하지 않는다. 지나는 사람들은 동전으로 그들의 노숙을 돕고 국가는 끼니를 책임진다. 2층 사는 어느 회사 사장은 1층 문 앞의 노숙자와 친구가 돼 노숙자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문 앞에서 장기간 살고 있다고 한다. 은행에서 만난 한 은행원은 성년이 됐다고 집 밖으로 내보내 버린 부모를 상대로 소송한 여성이 패소하고 각심해 공부해서 은행원 시험에 합격 했다며 이제야 부모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한다. 겉모양보다 진심을 소중하게 여기는 풍속이다. 국가는 개인의 선택으로 노숙하는 것을 방관하지도 장려하지도 않지만 극한 상황은 좌시하지 않는다.
유럽인에게 한국음식과 한국정원은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고흥 유자청, 완도 곱창김 등 전라도 음식을 구성하는 식재료들은 싱싱한 생명력을 간직한 채 사람 몸에 혜택을 주는 자연의 선물처럼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정근 리즈앤코 대표는 한국식품의 매력인 진정성을 깨달았다. 이를 요리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프랑스 요리사 지망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11월에도 6개의 요리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만들고 맛보게 하는 요리교육으로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친근감과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매출은 뒤따라 온단다. 한국문화의 세계화시대에 ‘라면만 들고 가느니’ 보다 요리교육과 같은 ‘진정성’을 핵심코드로 생각해 본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자르댕자르댕 임원단 취재 장면
지열 냉난방 공사 중인 빌라윈저
파리 번화가에 전시된 완도김과 김부각과자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 회원명부책자 일부. 명인요리사 단체인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에 식자재 공급 파트너로 초청된 ‘미식가’ 브랜드 소개 페이지다. 고흥군의 유자청이 눈에 띤다.
프랑스 요리학교 페랑디에서 한국발효식품 요리교육 장면 / ‘미식가’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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