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무라 다케오 첩보대장이 코웃음을 쳤다.
"헤헤, 오시마 요시마사 혼성여단장 각하. 본시 중국 군대라는 것이 당나라 군대 아니무니까? 절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싸울 의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애매한 군대이무니다. 조선 땅에 파병되었지만 왜 파병되었는지, 그래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군사들이무니다. 지휘부 또한 군졸보다는 나을 뿐, 군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용기도 기개도 없는 수수깡 같은 무리들이무니다. 대국 군대라는 똥폼만 잡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일 뿐이무니다. 그러므로 싸우는 족족 우리 대일본제국 군대가 연전연승할 것이무니다. 감히 장담하무니다."
"그들을 비하하지 말라. 그래도 청나라 군사는 북방 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지 않나. 기마민족으로서의 기동성과 용맹성,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나?"
"그건 칭기즈칸이나 누루하치 시대의 일이무니다. 한참 과거의 일이무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황실이 부패하여 제국의 쇠퇴와 멸망이 눈앞에 있으무니다. 이런 나라를 집어먹지 않으면 빠가야로(바보, 병신 새끼)가 되는 것이무니다. 절호의 기회가 오는 것이무니다. 지들 나라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자들이 감히 외국에 군대를 파견해요? 지 죽을 줄 모르고,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무니다. 따라서 청국군의 조선 파병은 일본제국군이 겐세이할 절호의 기회이고, 이를 통하여 중국 대륙 침략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무니다."
고개를 끄덕였으나 오시마 요시마사 혼성여단장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중국을 얕보지 마라. 노대국일 뿐, 여전히 강한 나라야."
"얕볼 수 있는 근거는 만땅이무니다. 청국 황실 내에는 내시들의 뿌리 깊은 농간과 이간질, 황족의 사치와 부패, 사대부 간신배들의 음해와 모함이 만연하여 골병을 부르고 있으무니다. 지금은 그 도가 지나쳐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으무니다. 누가 손만 살짝 대도 와르르 무너질 나라이무니다. 여기에 하나 더 심각한 멸망의 단초가 있으무니다."
"더 심각한 멸망의 단초라니, 무엇인가."
"만주족·한족 간 갈등과 대립이무니다. 인사권과 자본력 쟁취를 위해 서로 개싸움을 벌이는 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관이무니다. 황실과 관료층 내 만주족과 한족의 대립이 격화되어 모해, 암살 따위로 사실상 내전 상태며, 이로 인하여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사실상 상실되었으무니다. 서로 해먹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가히 발작 수준으로서 먼저 집어먹는 자가 임자이무니다."
건륭제 말기, 한족·만주족이 서로 자리를 탐내어 관직을 경쟁적으로 다투었다. 권력이 특정 소수에게만 집중되니 반대 세력이 결사적으로 대들었다. 인사 난맥상으로 행정이 마비되고, 민생은 더욱 피폐했다. 이때 백련교도의 난, 태평천국운동 등 각종 민란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캉유웨이·량치차오 등이 주도한 정치·교육·법 등 제도개혁운동으로, 서태후 중심의 보수파의 반격으로 103일 만에 좌절된 ‘무술변법’) 등 개혁 시도도 있었으나 개혁의 효과는 무너져 개판 오분전이었다. 따라서 서구 열강의 침략만을 부르고 있었다.
"각하, 서구 열강이 손대기 전에 대일본제국이 집어삼켜야 하무니다."
"중국의 상황이 조선 왕실과 비슷하지 않나?"
"잘 보셨으무니다. 조선의 통치 철학이 성리학적 예론에 따라 사대(事大)와 신분제 유지인 만큼 대국을 사대하니 이런 것도 상속받아 둘 다 똑같이 개판이 되어가고 있으무니다. 기둥이 하나 쓰러지면 도미노처럼 연속적으로 쓰러지듯이 될 것이무니다."
"그래서 청나라 군사를 보고 좆도 아니라고 했나?"
"당연하무니다. 그들이 조선에 파병한다고 해봤자 상황이 이런지라 좆나게 패버릴 일만 남았으무니다."
"얕보지 말고 호랑이에게서 배우라.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 잡기 위해서도 놀라운 속도와 노회한 머리와 거친 힘을 쏟아 잡아먹지 않던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