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리 게이스케 주 조선 일본 공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무릎을 쳤다. 실로 기회인 것이다. 요시무라 첩보대장이 힘을 얻어 자신 있게 설명하였다.

"이성적 태도라면, 그리고 기왕에 이런 마당이라면, 왕실과 동학군이 서로 양보하여 공존·공생·공영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서 나라 발전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대일본제국으로 보아서는 그들이 원수로 대립 충돌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무니까? 개입하기 딱 좋은 기회이무니다."

"우리가 조선 왕실을 도와 동학군 섬멸에 나서면 조선 조정은 우리에게 감읍한다는 것인가?"

"닥상이무니다."

"그럼 우리가 경복궁을 점령한다는 게 논리가 안 맞잖나? 동학 비도 무리가 삼남지방을 분탕질하자 조선이 청나라에 청병(請兵)했고, 청군이 조선 땅에 들어오자 일본군도 톈진조약에 따라 조선에 파병된 것은 맞아. 그런데 경복궁을 점령하여 왕을 체포한다? 앞뒤가 안 맞잖아."

"조선 땅에서는 논리가 필요 없으무니다. 일본군 역시 동학군을 척결해준다는 명분이지만, 거기서 대가를 얻는 게 얼마나 되겠으무니까. 차제에 청나라에 붙었다, 아라사(러시아)에 붙었다 하는 왕과 민비라는 남녀를 악살을 멕여버려야 얻는 것이 많습니다. 대일본제국이 핫바지이무니까? 다행히도 조선 조정은 동학 쌍것들과 상종 못할 적으로 규정하여 싸우는 중이므로 우리가 조정을 돕는다는 명분을 가지는 일방, 조정이 허약하므로 경복궁을 점령해버리는 것이무니다."

"그래도 경복궁 침범은 명분이 약하다."

"아니무니다. 기회가 왔는데 명분 따지겠습니까? 혼란한 때가 기회이무니다. 고종 이자가 친러 노선을 걷는 걸 막아야 하무니다. 조화는 민왕후가 부리므로 그도 차제에 발라버려야 하무니다. 좌우간 우리가 조선 왕실의 적 동학농민군을 섬멸함으로써 왕실은 우리에게 고마워할 것이무니다."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각하, 이렇게 설명하고 싶으무니다. 경복궁 습격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외세 개입과 조선 내 보수·개화 세력 간의 갈등을 복합적으로 부추기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오는 고도의 전략이다, 라는 것이무니다. 조선 사대부는 이런 후과를 알 리가 없으무니다. 그러므로 찬스가 굿럭이무니다."

"동학군을 섬멸해 주고 조선반도를 대일본제국 입에 탁 털어 넣고, 동시에 식민지 개화 정책을 편다? 묘수이긴 하다."

"그러면 지배층의 대다수가 우리의 개화정책에 동조할 것이무니다. 숫자가 적으면 강제로 인재를 찾아 동반자로 내세우는 것이무니다. 변절 친일파를 제조하는 것이무니다."

"조선은 변절자를 극도로 죄악시하지 않나?"

"이익 앞에 변절이 무슨 의미가 있으무니까. 변절만이 호의호식하고, 외세 지향의 사대(事大)만이 대대로 영광을 차지한다는 전통을 다시 세워가는 계기가 될 것이무니다."

"요시무라, 그런 계략으로 첩보활동을 벌이는가?"

"와카리마시타! 소레와 혼또 혼모노데스(그렇습니다. 정말로 사실 진짜입니다)!"

"조선 지배층의 가치관에는 상민을 쪄누르고, 세금 징수, 군역 의무, 노동력의 근본을 그들에게 전가시켜 떵떵거리고 산다고 했지?"

"소우데스. 그러므로 그들이 망할 이유가 업으무니다. 사대부, 양반 계급, 지방 토호와 유림들이무니다."

"그래서 백성을 깨우치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닥상데스. 동학도 깨우친 자들의 반란이무니다. 그러하므로 그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스무니다. 필기도구란 아예 개발하지 아니하고, 책 보급도 억제하고, 양반 자제들이 공부할 수 있는 특수한 지필묵만 갖추고, 한정된 한서로 암호처럼 공부할 수 있도록 하여 과거 출제도 그 안에서 하고, 그러므로 평민 이하는 출세할 길이 없으며, 구할 이상이 문맹이무니다. 오직 그들은 가진 자들을 위하여 사는 노동력 제공자들일 뿐이무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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