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 대신 자연과 함께 공존 인식 필요
대도시 의존 비율 낮추고 섬 고유 특성 살려야
육지 부속 정도 취급하는 고정 인식 전환 시급
볼티모어 ‘부유습지’ 건설 롤모델로 자리매김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볼티모어 항구의 부유습지 모습. https://blueurbanism.org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볼티모어 항구의 부유습지 모습. https://blueurbanism.org

섬과 관련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1990년대 후반에 해남군 산이면 화봉마을이 간척사업으로 곧 사라질 것이라는 주민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이곳은 다른 산지의 낙지보다 크기가 작지만 개펄 향이 강한 세발낙지의 주산지였다고 한다. 세발낙지의 대명사로서 목포나 서울로 공급되던 이 낙지는 지역 개발로 인해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영암 삼호와 해남 화원 간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화봉 마을은 큰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결국에 이 마을과 갯벌이 사라질 것을 안타까워 하는 내용이었다.

섬은 간척사업, 또는 다리 건설로 인한 육지와의 연결을 통해 물리적,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급변하는 사회 조류에 맞춰 개발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도 있겠지만, 육지의 대도시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고 섬 고유의 특성은 사라지는 단점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의 개발사업 이후 원주민이 개발로 인한 이익으로부터 소외되고, 섬에서 육지와 연결되는 주변 지역으로만 개발이 집중되고 이러한 신흥 개발지역에 대한 소유권은 외지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나 연구는 많이 있다.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큰 조류를 무시할 수 없으며, 예전의 전통과 토지를 보존하는 것이 섬의 미래에 긍정적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섬에서 살아야 할 후속 세대에게 비전을 주지 못한다면 섬에는 빈집으로 가득할 것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논쟁이 불필요한 도돌이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가치와 효과를 합리적으로 논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상업적인 이익과 물질적 가치만 드러나겠지만, 후속 세대의 삶이나 국토 전체의 가치라는 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환경과 생태라는 관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적 위기로부터 생존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팀 비틀리(Tim Beatley)는 ‘블루 어바니즘(Blue Urbanism)’이라는 책이나 같은 제목의 캠페인을 통해, 지구의 4분의 3을 채우는 물이 대륙으로부터 심각하게 분절되고 있음을 비판하며, 도시 개발은 해상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자연과 공존하는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 중에는 볼티모어와 같은 도시의 항구 부근에 부유습지(floating wetlands)를 만드는 것도 있다.

항구 근처에 식물을 물에 띄워 심는 방식으로 이 식물은 바닷가에 쌓인 노폐물이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수질을 정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건강한 항구를 만들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개발을 피할 수 없다면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물과 도시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활동을 한다.

섬은 생태 변화를 가장 빠르게 맞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장 활발히 찾아내어 버텨낸 장소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의 언어, 행동, 그리고 주민이 사용한 물건이나 시설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첨단 장비와 과학적 통계로 증명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생성된 언어를 통해서 훨씬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그 위험이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리핀의 언어학자 알드린 리(Aldrin Lee)는 자연재해를 표현하는 경보 단계보다, 파도의 높이, 세기 등을 표현하는 지역 언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알리고 신속히 대응하게 하는데 유리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갯벌이나 바다 주변 식물이 기후변화나 자연재해로부터 지켜 줄 효과는 우리가 온전히 알 수 없었다. 최근의 과학 지식은 갯벌을 매립해서 얻은 경제적 이익보다 갯벌이 생태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여 얻는 효과가 장기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섬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단지 그 섬의 생존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섬을 육지의 부속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데 효과적인 지식을 배척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따라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 섬 문화나 지식을 축적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섬의 개발을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섬의 변화는 필연적이며 육지와의 관계도 계속해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섬은 물을 통해 개방성을 갖고 있는 보고이다. 단지 발달·비발달의 기준으로 육지·섬의 관계를 파악한다면, 우리는 섬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놓치게 된다. 섬을 먼저 이해하고 그를 활용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정법모(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조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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