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지역 기본소득·사회수당제 도입 논의돼야”
지리적 접근성 열위 대표 지역때문
보상 수준 미흡·낙후도 개선 차원
보령 장고도, 사회·생태 회복 사례

 

충남 보령 장고도 전경./보령시 제공

최근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인구소멸,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활동에 대한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아 불평등과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사회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층의 비교 열위와 지리적 접근성의 열위가 있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욱 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섬은 지리적 접근성의 열위가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노동활동에 대한 집중성 대비 보상 수준의 미흡, 인구소멸에 따른 상대적 낙후도 등의 개선 차원에서 섬지역에 대한 기본소득 혹은 사회수당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본래 섬사람들은 오랜 기간 그곳에 거주하면서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토대로 관계·돌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살아왔다.

특히 서남해안에서는 주민들이 전통시대부터 마을단위로 해역을 배타적으로 전유하면서 미역·가사리·톳 등을 공동으로 채취하고 분배하는 ‘똠’과 ‘주비’라는 관행이 있으며, 어촌계에서는 각종 규약과 자치 활동을 통해 갯벌과 어장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생산하는 구조가 잘 발달되어 있다.

바다라는 공유지를 사회적·생태적 모델로 회복시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충남 보령시 장고도를 들 수 있다. 약 2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섬은 1983년에 젊은 어촌계장이 주민들을 설득해서 업자들에게 임대하던 어장을 되찾아 공동체가 운영하여 10년 후인 1993년 마을배당을 시작하였다. 공동어장의 주산물인 해삼에서 나오는 모든 이윤을 마을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나누는 기본소득제를 추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곧바로 어장 관리의 질과 마을 분위기가 고양되었고, 현재 가구당 기본소득이 매년 2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유지가 부활했고, 안정적인 소득의 평등이 이루어진 사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델은 우리 섬 전체의 모습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섬들은 어촌계의 장벽이 높고,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소득격차가 크며 불평등이 존재한다. 또한, 섬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인구유출, 기후 위기, 소득 감소라는 다차원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섬지역과 내륙지역 간 불평등·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개발)사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의 섬 관련 정책사업이 비계획적으로 땜질 처방식 접근으로 추진되었으며, 경쟁과 효율 중심의 개발사업 위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사회적·생태적 섬 정책사업으로 섬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 지향하는 것은 목적과 유형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공통점 중 하나는 기존의 사회·경제·환경 등 현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섬주민기본소득 역시 기존의 섬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섬 주민의 삶의 질 유지·향상 등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을 유지·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정책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첫째, 섬 거주의 공익적 기능의 유지를 위한 대안적 수단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 즉, 시장(market)에서 보상되지 않은 섬 거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의 의미이다. 모든 섬사람들은 해양영토의 지킴이로서 국가가 수행해야 할 해안 안보, 불법행위 감시, 해양사고 대응 등을 직간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섬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섬 주민(공동체)에 의한 섬 육역(陸域)과 주변 해역(海域)의 총유(總有)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무인도가 되면 그 역할을 국가가 부담하게 되어 국토관리비용이 증가한다. 게다가 섬사람들은 섬과 그 주변 해역에서 식량 자원 즉, 농산물과 수산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섬주민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섬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섬 거주환경 구현을 위한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섬은 공간적·지리적 여건이 서로 상이하여 인구규모가 작은 섬은 내륙과 같은 공공서비스의 직접적인 제공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금전적인 보상을 통해 공공서비스 공급의 한계를 일정 부분 상쇄·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섬주민들의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보장해 주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섬주민의 인구구조 상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노동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고령화지수가 전국의 3배 이상으로 매우 높아 실질적 가구소득이 낮은 구조로, 섬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보장책이 필요하다.

넷째, 섬 개발 관련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보충적 수단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섬지역의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배경에는 소득지원의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섬지역의 심각한 인구감소 효과와 이에 따른 무인도화를 지연·최소화하려는 대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공간별 인구소멸지수를 산출한 결과 섬지역 0.234, 어촌지역 0.303, 농촌지역 0.341, 도시지역 1.208로 나타나 섬지역의 인구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유인도의 무인도화 등으로 인한 섬지역의 지리적·경제적 등 공익적 가치의 손실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섬은 단순히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작은 규모의 땅덩어리만이 아니라 국가영토의 초석,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 해양자원의 이용, 자연과의 공생의 장,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지로서의 역할 등으로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이 같은 가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점증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영토지킴이들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접근이 지금부터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글/박성현(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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