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76개 유인도, 유·도선없는 ‘교통 사각지대’
선착장 기반시설 없어 주민 안전 위협
작은 섬 주민 육지 오갈 경우 불편 감내
개인소유 선박이나 낚시배 이용할 처지

 

육지와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있는 섬 주민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남지역 76개 유인도가 선착장이 없어 개인 소유의 배나 낚시배를 이용해 육지를 왕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완도 화흥포에서 소안도를 오가는 배./남도일보 DB

우리가 어디를 가려고 목적지를 정하면 그곳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개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결정해야 한다. 본인이 차가 없거나 운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기차 시간이나, 버스 시간 등을 알아보고 그 시간에 맞춰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가면 탈 수 있다. 개인이 차량을 가지고 간다면 가는 길만 알면 된다. 요즘은 어디든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처음 방문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섬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필자의 경험으로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렸을 때 배웅해줄 사람이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한다. 만약에 배웅해줄 사람이 목적지로 데려다줄 교통편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에 차를 실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본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다니는 시간과 차량을 실을 수 없는 배가 다니는 시간이 달라서 여러 가지 알아볼 것이 많다. 또 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이전에 똑같은 목적지에 간 적이 있더라도 시간은 꼭 확인해야 한다. 관광지로 유명한 섬을 갈 경우는 배도 자주 있고 시간도 자주 있는 편이라 그나마 불편을 좀 덜 수 있다.

섬에 가는 일이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바람이 부는 날씨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그냥 평소에 다니는 도로가 아니고 바다라는 자연을 건너야 해서 날씨 등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많은 섬 주민들은 섬이 육지와 연결되는 연륙도가 건설되기를 대부분이 원한다. 좀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섬에 사는 주민들 자신뿐만이 아니고 가끔 방문하는 가족 친지들 또 친구들 등 다양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다리로 연결될 수 없는 섬이 생각보다 매우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연륙된 섬들은 규모도 어느 정도 크고 육지와 가까운 곳이어야 연륙이 비교적 쉽게 가능하다. 섬의 규모가 작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섬은 정책의 효율성이나 경제 타당성 등으로 볼 때 연륙이 매우 어렵다.

정점식 국회의원(통영·고성)이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유인도 465개 중 유·도선이 다니지 않는 섬이 135개로 알려졌다. 유·도선은 배를 안전하게 댈 수 있는 선착장 등이 마련되어 안전하게 승선과 하선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승객 편의시설을 갖춘 곳을 말한다. 즉 유·도선이 다니지 않는 섬은 개인이 운행하는 배로만 다닐 수 있는 지역이다. 전남의 경우에 135개 중 76개가 해당한다.

교통이 열악한 이런 섬들은 개인의 낚시배를 이용하거나 본인이 가지고 있는 배 등을 이용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개인의 낚시배 등을 이용하면 비용도 훨씬 비싸지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런 섬에 사는 주민들은 이동할 때 매우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고, 육지와 섬을 왕래할 때도 매번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여객선은 다니지만, 선착장과 같은 기반시설이 되지 않아 선착장에서 안전하게 배를 타는 것이 아니고, 배와 배를 오고 가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는 섬도 있다.

TV의 어떤 프로그램에서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며칠 섬에서 바다와 주변 환경을 만끽하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에 매우 만족해하는 그런 풍경들이 그려진다. 도시의 복잡함과 시끄러운 생활을 뒤로하고 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고 나를 방해하는 것들이 없는 환경에서 평화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만 왔다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곳에서 삶을 지속해서 영유하지는 않는다. 주민들이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는 낭만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그러나 섬은 잠깐의 낭만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2021년 현재 80여개의 지자체에서 100원 택시, 공공버스, 철도연결 등으로 오지의 산간 지역 주민들의 이동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교통의 편의 향상에 큰 역할을 하였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는 100원 택시의 사례를 한국의 농촌 대중교통에 혁명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공공형 버스는 수익성 악화로 폐지된 노선 등을 운영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공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섬의 경우는 농촌지역이나 두메산골 지역과 비교해서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섬 주민들도 이동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큰 규모의 유인도로 이동 가능한 공공형 선박택시나 공공형 선박의 도입이 필요하다. 전남에 유·도선이 없는 75개 섬의 상황에 맞추어 공공형 선박택시나 공공형 선박 등의 도입을 통해 섬 주민들의 이동 기본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물론 비용적 측면에서 차량과 비교하면 선박의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매일 또는 매번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요일 또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이렇게 일정한 규칙을 정해두고 시작하여 나중에 이것이 효과적이고 실효성이 높으면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낙도에는 택배 등이 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것에 대해서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규칙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공형 선박택시나 공공형 선박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비교적 일상적으로 별 불편 없이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리의 이웃들이 좀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사진/김재은(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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