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보랏빛 퍼플아일랜드 ‘세계가 주목’
신안군, 섬마다 스토리 담은 색·색채 부여
CNN·폭스뉴스 등 세계 언론 보도 잇따라
코로나 시대 관광 활성화 기폭제 역할
‘2022∼2023년 전남방문의해’활력 기대

 

하늘에서 바라본 신안 안좌 퍼플교 전경./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의 반월·박지도는 2021년 12월 초반에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World Tourism Organization)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지정되었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2021년 12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총회를 열고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반월·박지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남 신안에는 마을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든 섬이 있다. 반월·박지도에 조성된 보랏빛 ‘퍼플아일랜드’이다. 섬마다 지닌 특징적인 생태환경과 역사문화, 그리고 각종 신화와 설화, 전설, 민담을 포함하는 민속문화 이야기에 ‘색’과 ‘색채’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섬에 자생하는 도라지꽃의 보라색을 기본 콘셉트로 도라지와 꿀풀 등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퍼플아일랜드로 조성되었다. 주택 지붕과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 주민들의 복장까지 섬 전체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유명해지자, CNN과 폭스뉴스 등 세계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주목했다.

퍼플아일랜드의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은 코로나 시대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은 물론 ‘2022~2023년 전남 방문의 해’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 관광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선정을 계기로 퍼플아일랜드를 비롯한 신안의 섬들이 글로벌 차원의 신흥 관광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은 섬 주민들이 모두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선정 이후 관리 문제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당면 과제이다. 이 과제를 잘 풀어내기 위해선 보라색의 인문적, 문화적, 생태환경적 주제 인식과 성찰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퍼플, 즉 보라의 ‘색’ 또는 ‘색채’의 의미는 무엇인가? 보라색은 파랑의 우아함과 빨강의 힘을 합쳐 놓은 색으로, 예로부터 고귀한 색으로 불려왔다. 파랑과 빨강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색으로, 파랑과 빨강의 비율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한다. 그렇게 모호하기에 왕족이나 귀족의 색으로 고귀하고 매력적인 색으로 알려져 있다. 보라색은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자존심, 그리고 관용과 긍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우아함과 품위, 화려함을 상징하며 신비스럽고 개성 있는 색이다.

보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많고, 정서불안, 질투나 우울 등 복잡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보라색은 효과적이다. 특히 옅은 보라는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만든다. 보라는 활동력을 상승시키고 치료 효과가 있는 색이며,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성을 줄 수도 있다. 개성이 강한 색이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아주 천박하게 보이거나 지나치게 인공적으로 느껴지기 쉬운 측면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본의 색채심리학자이자 색채치료 전문가인 스에나가 타미오는 색채를 통해 나타나는 무의식의 영역을 연구하며, 불안한 현대인들과 가혹한 교육과정에 희생되는 아이들을 위한 색채치료를 연구해 왔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색채 심리’에서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라색에 마음을 빼앗기는데, 보라색은 침울한 파랑에서 생기를 얻는 빨강으로 전도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라색이 “사람들이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치유의 색”이라는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라색의 매력에 빠져드는 까닭은 갈등을 치유하고 융화하고자 하는 자가 치유의 생명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색은 인간의 무의식을 드러낸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면서 무심코 사용했던 색은 그 당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만약 아이가 보라색을 사용했다면 그때 보라색은 그 아이가 ‘우울하고 침체된 기분 상태의 불행한 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라색은 그 아이의 심신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색채는 색채 전달의 정확성, 색채에 대한 기억과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색채 인식 연구를 위해서는 색채 용어의 의미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헤럴드 콘클린(Harold C. Conklin)은 필리핀 하누누인의 색채 용어가 지닌 대립적 특성을 분석하여 이들이 서구와는 판이한 색채 어휘와 의미론적 체계를 가진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에 따르면, 서구사회의 색채는 색상, 명도, 채도라는 세 개의 속성에 의해 분류되어 표현되지만, 하누누사회에서는 서구사회와 같은 세 개의 속성에 의한 분류가 아닌 명암과 건습의 두 개 속성에 의해 표현된다는 것이다.

퍼플아일랜드 반월·박지도가 진정한 의미의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이 되기 위해선, 퍼플아일랜드 사람들을 비롯하여 관광객들에게 보라색과 보랏빛의 문화적, 상징적 특징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널리 알려 이를 함께 체감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실천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홍석준(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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