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 계절적 변화가 빚은 결과물 ‘변화무쌍’
섬사람·어민들만 알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일반 사람들 중 낚시꾼만 조류변화 인지 가능
15일 단위 주기 넘어서면 아는 사람 거의 없어


낚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반인들도 조류의 변화를 읽어내는 물때지식에 대해 인지해가고 있다. 물때 어플이나 물때 달력을 통해 ‘한물, 두물, 세물, 네물 …… 조금, 무수’ 등으로 순환하는 15일 단위의 물때 이름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드물지만 해역을 넘나들며 바닷일을 하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서해안 일대에서는 음력 초하루를 7물(일곱물)로 세고, 남해 중부해역부터는 음력 초하루를 8물(여덟물)로 센다는 것도 인지하곤 한다. 그러나 15일 단위의 주기를 넘어선 물때지식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민들이 인지하는 물때지식 중에는 ‘밤물·낮물’, ‘봄물·가을물’, ‘족사리·센사리’, ‘영등사리·백중사리’ 등의 개념이 있다. 이러한 물때지식은 계절적인 변화이거나 계절을 넘어선 변화여서 섬사람이나 어촌사람들 중에서도 바닷일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만 인식하는 지식으로, 해역이나 주체에 따라 상반되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섬사람과 바닷사람들은 계절적으로 변화하는 물때를 봄물과 가을물 혹은 밤물과 낮물로 구분하곤 한다. 춘분을 지나는 음력 3월부터 기존의 조류 흐름이 변화하고, 추분을 지나는 음력 9월 즈음부터 또 다시 조류의 흐름이 변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해양학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1일 2회 반복하는 현상을 ‘반일주조(半日週潮, semidiurnal tide)’라고 하고, 두 번의 밀물·썰물 조차가 같지 않음을 ‘일조부등(日潮不等, diurnal inequality)’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1일 2회의 조석간만 중에서 계절에 따라 낮 썰물이 많이 빠지는 때가 있고, 밤 썰물이 많이 빠지는 때가 있다.
진도지역을 기점으로 서해안에서는 대략 음력 3월부터 8월까지 밤 썰물이 많이 빠지고, 9월부터 2월까지 낮 썰물이 많이 빠진다. 그리고 해남지역부터 남해안 일대는 반대로 음력 3월부터 8월까지 낮 썰물이 많이 빠지고, 9월부터 2월까지 새벽 썰물이 많이 빠진다. 어민들은 이러한 계절별 변화를 인지하여 ‘이제부터는 봄물·가을물 든다’거나 ‘낮물·밤물이 세진다’라고 한다. 이러한 인지를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밤 썰물이 많이 빠질 때 횃불이나 전등을 켜고 미역을 채취하거나 조간대 어로활동을 한다.
어민들의 물때지식 중에는 센사리와 족사리에 대한 구분도 있다. 조석간만의 차가 큰 사리(대조시) 물때라고 하더라도 비교적 조차가 큰 센사리와 작은 족사리가 있음을 구분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그믐에 드는 사리가 센사리면 그다음 보름에 드는 사리는 족사리이고, 반대로 그믐에 드는 사리가 족사리면 보름에 드는 사리는 센사리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센사리와 족사리는 순환주기로 파악되지 않는다. 평생 바닷일에 매진한 어민들도 순환주기를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는 6~7개월 단위로 족사리가 연속으로 두 번 들거나 센사리가 두 번 들고 나서 그믐 족사리 ·보름 센사리로 순환하던 것이 그믐 센사리 ·보름 족사리가 되거나 그 반대의 현상으로 역전되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도 일관되지 않아서 역전 현상이 2019년에는 4월과 10월에 일어났는데, 2020년에는 윤4월과 11월에 일어나서 순환주기를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표를 분석하면 대략 9년 정도의 긴 시간에 걸쳐 순환주기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아서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센사리와 족사리의 변화는 인지하기 어려운 물때지식인 셈이다. 그래서 어민들은 순환주기를 파악하지 못하지만, 물살이 살아나는 두물이나 세물 때의 조수 변화를 관찰하여 ‘이번에는 족사리가 들겠다’거나 ‘센사리가 들겠다’고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을 기반으로 어장 운영에 대비하고, 공동의 갯벌어로 날짜를 선정한다.

영등사리와 백중사리도 계절적인 변화에 해당한다. 대개 음력 2월 초하루 영등날과 7월 15일 백중 무렵에 조석간만의 차가 극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센사리와 족사리의 불규칙(?)한 변화처럼 해마다 영등사리와 백중사리의 날짜는 다르게 형성된다. 어떤 해에는 음력 2월 초하루에 센사리가 형성되기도 하고, 또 어떤 해에는 음력 2월 보름에 센사리가 형성되기도 하며, 또 어떤 해에는 음력 2월보다 3월의 조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백중사리도 마찬가지로 해에 따라서 음력 7월부터 9월까지 형성되는 시기가 달라진다. 음력 2월 초하루와 7월 15일이 계절적으로 가장 큰 조차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영등사리와 백중사리를 고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섬과 어촌의 주민들은 음력 2월~3월 즈음을 영등사리 기간이라고 하고, 7~8월 즈음을 백중사리 기간이라고 한다.
또 영등사리와 백중사리는 연중 조석간만의 차가 극에 달하지만, 영등사리 때는 비교적 썰물이 많이 빠지고 백중사리 때는 밀물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조석간만의 차가 작은 남해안에서는 갯벌어로를 고려하여 영등사리를 중요한 시기로 생각하고, 서해안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고려하여 백중사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사진/송기태(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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