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이 깨어나고 자라는 무등산 평두메습지
무등산 자락 깊숙한 곳, 충민사에서 오솔길을 따라 약 25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평두메습지가 광주의 첫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평두메’라는 독특한 지명은 무등산 골짜기에 평평하고 넓은 들이 펼쳐져 있어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봄, 생명의 무대가 열리고
봄철 평두메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답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얼음이 녹으며 생기는 물의 흐름은 새로운 생명체들의 서식지를 만들어내고, 월동했던 생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습지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한다.
철새들도 하나둘 습지 주변으로 돌아오며 평두메습지는 본격적인 생태 활동의 시작을 알린다. 여름의 평두메습지는 봄보다 더욱 짙은 녹음과 활발한 생물 활동으로 생태의 절정기를 맞는다. 무성하게 자란 수생식물들로 더욱 풍성해진 이 시기, 삵과 담비, 팔색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활발히 움직인다. 여름철 습지는 생물의 활발한 번식과 성장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생태적 가치
평두메습지가 국내 26번째, 국내 국립공원 3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것은 단순한 지정이 아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이곳은 ‘감소종·멸종위기종·최대멸종위기종 또는 위험 생태서식군을 보유한 경우’, ‘생명 주기 중 중요 단계에서 동식물종을 보유했거나 악조건에서 피난처를 제공한 경우’ 등 까다로운 등록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특히 국내 양서류 20종 중 8종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서류는 작은 유기체의 수를 조절하고, 조류와 포유류의 먹이가 되는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물과 공기 질 변화에 민감해 환경 변화를 알리는 척도로 기능한다.

#기후 위기 시대의 탄소 저장고
평두메습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습지는 지상 탄소의 40% 이상을 저장하는 천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된 지금, 평두메습지 같은 자연 탄소 저장소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평두메습지가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 보전
무등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는 평두메습지 생물다양성 대탐사가 광주 시민과 광주에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어 왔다.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지상에서 볼 수 없었던 습지 전체의 계절별 변화 패턴까지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광주 북구청과 무등산국립공원공단이 협력하여 운영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평두메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어린이 람사르습지 탐사대’에서는 지역 어린이들이 습지 생물 관찰, 생물 소리 듣기, 나만의 평두메습지 만들기 등의 창작 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있다.
더욱 전문적인 ‘평두메습지 시민 과학 생태학교’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운영되었다. 참여자들은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식물, 양서·파충류,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을 직접 탐사하며 생물 분류와 생태를 공부한다.
탐사 결과는 참여자 간 공유되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실천 방향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환경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 교육과 연계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자연유산
무등산국립공원공단은 2020년부터 평두메습지를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훼손된 지역에는 진흙을 이용해 물막이 벽을 만들어 복원하는 등 자연 친화적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평두메습지는 도시 인근에서 보기 드문 생물다양성의 중심지이자 멸종위기종의 피난처, 자연 복원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무등산 골짜기의 평평한 들에서 유래한 ‘평두메’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이제 전 인류의 공동 자산이 되었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환경 교육의 다중 기능을 수행하는 평두메습지의 지속적인 보전과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자연 공간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소중한 생태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평두메습지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로 더욱 귀중하게 보전되어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