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장성 축령산으로 갈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과연 이 울창한 편백숲이 한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 맞을까? 이 산에 들면, 아름드리 편백들이 마치 거대한 녹색 숲을 만든다. 파인더 속으로 들어오는 이 풍경 앞에서 나는 경건해진다.

# 250만 그루의 기적

1956년, 춘원 임종국 선생이 개인재산을 털어 나무를 심기 시작했을 때 이곳은 황폐한 민둥산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상처받은 땅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34년간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물지게로 물을 날라 가뭄 속에서도 어린나무들을 살려냈다.

렌즈가 포착한 편백 한 그루 한 그루에는 그런 간절함이 담겨 있다. 나이테처럼 쌓인 세월의 무게가, 사진 속에서도 깊이 있게 전해온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조림왕’이 남긴 유산이다.
 

# 피톤치드가 선사하는 치유

셔터를 누르며 깊게 들이마시는 공기는 다르다. 편백나무에서 뿜어나오는 피톤치드가 폐 깊숙이 스며든다. 연간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몸으로 느낀다.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 숲은 그야말로 천연 치유소다.

숲내음길, 산소숲길, 하늘숲길을 걸으며 촬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새벽 햇살이 편백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마치 신의 손길이 숲을 어루만지는 듯한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이유를 카메라가 증명해준다.

# 수목장에 잠든 조림왕

산림치유센터 근처에는 임종국 조림 공적비가 서 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은 것은 선생이 편백숲 한가운데 수목장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평생 가꾼 숲에서 영원히 쉬고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한 사람의 꿈과 헌신이 어떻게 미래세대에 이토록 큰 선물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기 때문이다.

# 한여름 향연, 산소축제

8월의 축령산은 더욱 특별하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뿜어나온다는 이 시기에 ‘장성 축령산 편백숲 산소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8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삼면 모암지구 축령산 등산로 입구에서 ‘치유의 숲과 만나는 한여름의 향연’을 주제로 펼쳐진다.

편백나무 그늘에서 울려 퍼지는 관현악 5중주의 선율을 상상해 보라. 카메라 셔터 소리와 어우러지는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편백 팔찌 만들기, 향기 주머니 체험 등도 이 숲의 특별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2025 장성 방문의 해

올해 장성군이 ‘방문의 해’로 지정하면서 축령산을 찾기가 더욱 쉬워졌다. 편백숲 트레킹 이동비 전액 지원, 관광택시 반값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자연에 다가서는 사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숲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늘데크길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편백숲의 전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 속에서 축령산은 거대한 녹색 보석처럼 빛난다.

# 렌즈 너머의 진실

축령산 편백숲의 아름다움은 인위적인 보정이 필요 없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이미 완벽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꿈이 만든 이 숲에서 나는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서성인다. 임종국 선생의 정신을 담아야 하고 전하고 싶어서다. 축령산 편백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자, 한 사람의 위대한 꿈이 현실이 된 기적의 공간이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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