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담양 병풍산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목포를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영산강. 단순한 물줄기를 넘어 남도의 역사와 삶을 품은 젖줄이다. 여름이면 더욱 생생해지는 영산강 상류의 표정을 6년간의 기록 사진에 담았다. 계절의 숨결과 인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앵글들이다.
# 상류에서 만나는 영산강의 다채로운 얼굴
발원지 담양 병풍산 일대부터 영산강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담양 가마골 계곡에서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며 전형적인 산간 계곡의 정취를 자아낸다. 여름철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점차 넓어져 담양호를 이룬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담양호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담양호를 지나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죽녹원이 있는 담양읍을 관통한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상류 지역의 영산강은 비교적 좁고 맑은 물이 흐르며, 주변 푸른 숲과 어우러져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하류의 넓고 유유히 흐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 ‘영산강’이라는 이름의 내력
‘영산강’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던 영산강(榮山漕倉)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주 영산포에 설치된 조창은 전라도 곡창지대의 쌀을 수운으로 서울까지 운송하던 중심지였다. 이곳의 번성으로 강 이름도 ‘영산강’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극락강’, ‘사호강’, ‘곡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흑산도에서 육지로 이주한 사람들이 영산포에 정착하면서 ‘영산현’이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2020년 8월, 넘쳐흘렀던 기억
2020년 여름, 한반도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를 겪었다. 8월 8일, 섬진강과 함께 영산강도 범람하며 구례, 나주, 목포 등지에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영산강 상류 담양군 수북면,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 일대는 논밭이 침수되고 가옥이 잠기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겨우 접근이 가능한 곳까지 가서 용강동 일대 사진을 촬영할 때 손이 떨리고 마음이 답답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댐 방류량 조절 실패와 늦은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
올해 7월, 또다시 극한 호우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10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 1만 2천 명 이상이 대피했다. 경남 산청군은 특히 큰 피해를 보았고, 정부는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며 대응에 나섰다.
영산강 상류도 집중호우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폭우로 광주 시가지가 침수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 사진 속 영산강, 여름의 다양한 표정
6년간의 기록 사진은 영산강의 여름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편안하게 흐르는 평상시 모습, 그리고 범람 직전의 긴장감이 감도는 장마철 풍경까지. 이 사진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기억과 경고, 그리고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남도의 강, 남도의 삶을 품다
영산강은 흐르며 남도의 문화를 키우고, 때로는 경고를 남긴다. 여름의 영산강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자연의 경고와 인간의 책임이 있다. 사진 속 앵글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 남도 세상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