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른 새벽에 기적을 보러 길을 나서길 추천한다.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 회산백련지에서는 순백의 연꽃을 볼 수 있다. 면적 약 10만 평으로 2001년 기네스북에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로 등재된 명소이다.
 

# 두 저수지의 만남, 복룡지에서 백련지까지

회산백련지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름 없던 두 개의 저수지를 합쳐 만든 복룡지는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평범한 농업용 저수지였다. 하지만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저수지 기능을 상실하며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변화의 전환점은 1955년에 찾아왔다. 덕애마을 주민 정수동씨가 백련 12뿌리를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를 길조로 여긴 정씨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오늘날의 백련 군락이 형성되었다.

 

 

# 1997년 축제 시작, 전국적 명성 얻어

1997년 제1회 연꽃축제 개최를 계기로 회산백련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재까지 매년 7~8월 연꽃축제가 열리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백련지에는 무안백련 외에도 가시연, 어리연, 개연, 물질경이 등 희귀 수생식물 30여 종이 자생한다. 수중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 매기 등 토종 물고기들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법정스님도 인정했다. 스님은 수필집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서 "한여름 더위 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이천리를 다녀왔다"며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고 극찬했다. 또한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며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 분홍에서 순백으로, 무안백련의 신비

무안 백련은 다른 지역 연꽃과 차별화되는 독특함을 지녔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꽃과 잎, 연근이 가장 크고 늦게 피며 오래 지속된다. 개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 피는 꽃은 끝부분이 연한 분홍빛을 띤다.

시간이 지나면서 꽃의 노화와 온도 상승으로 세포 내 액포가 작아지고 색소가 분해되면서 점차 순백색으로 변한다. 이른 새벽 솟아오른 연꽃은 오후가 되면 봉우리를 오므리며 연잎 사이로 숨어든다. 3일간 피고 지기를 반복한 후 꽃잎이 하나둘 떨어진다.

 

# 7~9월 개화기, 새벽 관람이 최고

백련의 개화기는 7~9월이다. 7월부터 연잎이 수면을 덮기 시작해 3개월간 연못을 가득 메운다. 8월에 가장 많은 꽃을 피우며, 9월에는 연근이 굵어진다. 가장 아름다운 연꽃을 감상하려면 새벽 시간대 방문이 필수다. 오후까지 피어 있는 꽃도 있지만 생명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부분 꽃송이가 주먹 크기이고 연잎 지름은 1m에 달해 장관을 연출한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맑은 꽃을 피워 깨달음을 상징한다. ‘꽃 중의 군자’로 불리며 빛과 생명의 근원을 의미한다. 씨주머니의 많은 씨앗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 예술 작품에 즐겨 사용된다.

수줍은 처녀의 얼굴과 온화한 여인의 미소를 닮은 무안 백련은 무더위를 식혀주는 자연의 선물이고, 마치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듯합니다. 하늘에서 드론으로 본 백련지는 자연에 하얀 꽃으로 수놓은 듯하다. 감탄의 연속이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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