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반값여행’ 체류형 관광 유도...대전, 고정관념 깬 킬러 콘텐츠 승부
김천, 대중적 소재 MZ세대 사로잡아...구미, 지역 자산으로 브랜드 가치 ↑

 

지난해 개최된 청자축제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청자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성공적인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산을 축제의 정체성으로 활용하고 방문객의 참여를 유도해 경제적 효과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인다. 전남 강진군은 ‘반값여행’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로 체류형 관광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성공했고, 김천시는 ‘김밥천국’이라는 대중적 키워드를 재치있게 활용해 MZ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대전 빵축제와 구미 라면축제는 각각 성심당과 농심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역의 역사성을 엮어내며 방문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축제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진, 고려청자에 ‘반값여행’ 더했다

전남에선 강진 청자축제가 강진 지역 브랜드와 경제 효과를 모두 잡은 축제로 평가받는다. ‘축제의 도시’를 꿈꾸는 강진 축제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청자축제는 오랜 역사와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표 지역 축제다.

강진은 고려청자의 본고장으로 전국 국보·보물급 청자의 대부분이 출토되고 있다. 이러한 자산을 재해석해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올해 축제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해 키즈존과 싱어롱쇼, 청자 제작 체험 등 세대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반값여행’이라는 파격적인 지원 제도를 통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군은 축제 기간 관광객이 사용한 경비의 절반을 모바일 지역화폐 ‘강진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은 최대 10만 원, 팀 단위는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관광객들이 숙박·음식·쇼핑 등을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 기간 내내 많은 인파가 몰려, 음식점 매출은 전년보다 29%, 농·특산물 판매는 93%나 증가했다. 단순히 축제장을 둘러보고 떠나는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지역 경제와 직결된 체류형 관광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반값여행’은 이재명 대통령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모델로 내년부터 ‘지역사랑 휴가지원제’를 도입해 전국 20개소에서 시범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강진군 관계자는 "청자축제는 지역의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표 축제지만, 올해는 ‘반값여행’을 도입하면서 관광객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관광객들이 단순히 다녀가는 수준을 넘어 숙박과 소비까지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로 직결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천시가 김밥축제에서 진행한 김밥쿠킹대회 모습. /김천시 제공

#김천, 대중적 소재로 발상의 전환

김천시가 지난해 ‘김천=김밥천국’이라는 콘셉트로 김밥천국 축제를 열어 큰 성공을 거뒀다. 1억 원이라는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김천시 인구(약 13만 5천 명)에 버금가는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성공 비결은 바로 ‘김밥’이라는 대중적인 콘셉트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무조건 유명 연예인 초청 대신 이색 김밥 체험, 김밥 창작소, 김밥 대회 등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축제를 채웠다. 축하무대도 더자두를 초청해 히트곡 ‘김밥’을 불렀다.

독특한 기획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가장 먼저 ‘김밥천국’이 떠오른다는 결과에서 착안했다.

김천시는 자칫 지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이 ‘웃픈’ 답변을 오히려 기발한 마케팅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김밥천국’이라는 키워드를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워, 기존의 획일적인 지역 축제와 차별화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김천시는 올해 10월 제 2회 김밥천국 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는 글로벌 흥행몰이 중인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김밥이 노출돼 국내외로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김천시 측은 지난해 혼란을 발판 삼아 올해는 수만 명이 행사장을 찾아도 큰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계획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누구나 좋아하는 김밥을 소재로 시민들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며 "기존 축제와는 다른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전 관광공사는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킬러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전 빵 축제를 기획했다. 빵 축제는 2021년부터는 매년 대전관광공사 주최, 대전시 후원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대전 빵축제. /대전시 제공

#밀가루 도시 대전 빵축제 기획

대전관광공사는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킬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2021년부터 빵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이틀간 소제동 카페거리와 대동천 일원에서 열린 ‘2024 대전 빵 축제’는 약 4억 원의 저예산을 들여 관람객 14만 명이 방문하는 초대박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대전 빵축제’는 성심당은 물론 몽심, 콜드버터베이크샵, 구움베이커리, 로심, 소솜, 하레하레 등 대전지역 유명빵집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대전이 전국의 빵의 순례도시로 더욱 도약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축제장엔 성심당을 포함해 대전지역 70여 개의 유명 빵집 및 전국 유명 빵집들을 한 자리에 모였다.

인파들로 붐벼 입장에만 2시간 넘게 걸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10월 열리는 빵 축제에서는 지난해보다 30개 업체를 늘린 100여개의 지역 업체가 참여한다. 아울러 방문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행사장도 더 커졌다.

공사는 이번 축제 기획에 있어 빵에 얽힌 역사성과 성심당이라는 킬러콘텐츠에 주목했다.

대전에는 한국전쟁 시기 미국의 원조 물품 밀가루를 나눠주는 ‘밀 보급소’가 있었다. 60~70년대 서해안 간척지 공사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밀가루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밀가루 소비의 중심이 됐다.

대표 빵집 성심당은 맛과 가성비, 창업 초기부터 이어진 선행 등이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성심당 빵은 ‘대전에 와야만 구입 가능한 관광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대전관광공사 관계자는 "모두가 찾는 축제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며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를 발상의 전환으로 잘 녹여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열린 구미 라면축제 2일 차,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구미군 제공

#라면 한 그릇, 구미 구도심 활기 북돋아

구미 라면축제가 주목받은 것은 도시의 자산과 축제 콘텐츠를 잘 결합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농심 라면 공장이라는 자산을 활용해 다른 지자체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축제를 만들어냈다. 또 축제 장소를 접근성이 뛰어난 구미역 앞 중앙로 일대에 배치해 외지인들이 쉽게 축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축제 기간 17만여 명의 방문객 중 48%가 외부 관광객이었다. 이들은 약 15억 원에 달하는 지역 소비를 이끌었고, 행사 기간 대중교통 이용객은 평소보다 40% 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행사장에선 라면을 맛보기 위해 100m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금오산 잔디광장, 금리단길 등 침체했던 구도심과 전통시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운영 방식의 혁신도 눈에 띈다.

구미시는 축제 전 과정을 친환경 모델로 설계했다. 다회용기 6만7천 개를 회수하며 탄소 배출을 약 6톤 줄였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했다. 이밖에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투입된 ‘키다리 경찰관’이 현장 안내를 맡았고, 관람객들도 자발적으로 줄을 서는 문화도 주목을 받았다.

체험형·참여형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 ‘라믈리에 선발대회’, ‘라면 공작소’ 같은 기획 프로그램은 세대별 맞춤 체험을 제공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참가 업체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62곳으로 확대돼, 축제의 외연이 크게 확장됐다.

이 같은 성과는 도시 브랜드 평판으로도 이어졌다. 구미시는 2024년 11월 대한민국 도시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을 강화하는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매김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라면축제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성장하면서 경제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며 "구미를 K-푸드 중심 도시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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