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만 좇는 대행사, 수익 창출 의존
민간축제추진위원회 관리도 허술해
환골탈태 필요성…여수 직영 움직임
거북선 축제 직영 투명성 확보 노력
일부 축제 공무원 축제 변질 지적도

많은 지역 축제가 ‘민간 축제추진위원회’를 통해 운영되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기구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인 기획과 운영은 대행사가 맡고, 추진위는 회계 등 ‘종이 업무’만 처리하기 때문이다. 대행사들은 매년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축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은 떨어져 매년 고질적인 예산 낭비 문제가 지적된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축제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투명성 문제를 야기해 결국 지역민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진위’는 회계·결산 등 ‘종이 업무’만
4일 전남 일선 시군과 행사 업계 등에 따르면 많은 지역축제들이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축제추진위원회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아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 정산 등을 위해 설립한 민간 조직이다.
지역 학계와 문화계 등 20∼30여명의 인사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축제 업무를 모두 도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벤트 행사 기획이나 진행 등 알맹이는 대행사가 추진하고 축제추진위원회는 회계와 결산 등 ‘종이 업무’만 맡고 있어서다. 축제추진위원회는 지자체에서 관리감독하게 돼 있지만,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도 안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군에서 성과 평가 등을 통해 축제추진위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사실상 업무를 위탁하다 보니 면밀한 파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말했다.
축제추진위원회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지난 2023년과 24년에 열린 여수 거북선축제는 축제추진위원회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불법 야시장 운영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이 위원회는 시 보조금으로 9억 원, 전남도로부터 2천만 원을 받았음에도 여수국가산단 등 지역 기업에 별도로 3천만 원 지원을 요구하면서 논란을 샀다.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크고 작은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축제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수시 제공
◇주민은 실종, 공무원만 동원돼
축제의 주체가 돼야 할 지역민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축제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의 참여는 미미하고 축제 기간에는 단순 관람객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지역 축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살리기보다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하면서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축제에 대한 무관심과 피로감만 키우고 있어서다.
최근 지역 축제 준비 및 운영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축제의 주인인 주민 대신 공무원들이 과도하게 동원돼서다. 장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 노조가 입장문을 냈다.
장성군 공무원노조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축제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릴 기회로 추진해야 한다"며 "더 이상 공무원이 주축이 되고, 공무원이 관광객이 되고, 공무원의 소비가 중심이 되는 축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축제는 지역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지방 예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공무원의 업무 과중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환골탈태 필요성, 시 직영 운영 움직임
여수시는 올해 거북선축제를 축제추진위원회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그동안의 오명을 씻고자 했다.
시는 단순히 흥행 위주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스토리를 축제에 입혔다. 여수의 역사적 배경이나 특산물을 활용한 체험 행사를 대폭 확대하고 방문객들이 지역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형식적인 관람객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와 프로그램을 늘렸다. 축제추진위원회가 그동안 받아왔던 입장료도 무료입장으로 전환됐다.
덕분에 지난해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비판받았던 여수시의 거북선축제는 올해 22만 명이 찾아 흥행에 성공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고, 이를 통해 축제의 질적 향상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수시는 올해 하반기 열릴 예정인 ‘여수동동북축제’ 역시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여수시의 이러한 결단은 단기적인 흥행과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축제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여수시 관계자는 "올해 거북선축제는 기승전결을 갖춘 둑제를 지내고 수군 출정식에 이은 해상전투 장면이 펼쳐지며 승전보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 부스는 운영하지 않고 진남상가 내에 프리마켓을 설치해 축제의 장을 넓혀 시민과 관광객이 지역 상가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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