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매바위
핑매바위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과 춘양면 일대는 수천 년 전 선사인의 숨결이 깃든 거석문화의 보고다. 2000년 고창·강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고인돌 유적)으로 등재된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문화재 관람지를 넘어 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는 총 596기의 고인돌이 밀집된 지역으로, 자연 속에서 ‘돌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이 길 위에서 방문객들은 선사시대의 삶을 배우고, 현재를 되새기며, 미래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고인돌과 꽃

# 효산리 일대의 고인돌

도곡면 효산리 일대는 고인돌 제작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드문 유적지다. 보검재 계곡을 따라 277기의 고인돌과 8곳의 채석장이 분포해 청동기 시대 거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효산리 고인돌군은 괴바위(47기) 관청바위(190기) 달바위(40기) 마당바위 고인돌군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유적지 입구의 괴바위 고인돌은 길이 530cm, 폭 360cm, 두께 300cm의 초대형 덮개돌로, 해발 65m 산기슭 중턱에 자리해 제단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곳의 특징은 고인돌뿐만 아니라 제작 흔적이 남은 채석장이 함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당바위·관청바위·각시바위·감태바위 등 8곳에서 덮개돌을 떼어낸 자국이 뚜렷하다. 당시 사람들은 바위의 결에 구멍을 뚫고 나무쐐기를 박은 뒤 물을 부어 팽창시키는 방식으로 채석했으며, 이는 약 2,500~2,8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높은 석재 가공 기술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효산리 일대는 채석에서 운반, 축조까지 고인돌 제작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지"라며 "선사인의 사회 조직력과 기술력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학술 자료"라고 평가한다.
 

핑매바위
핑매바위

# 핑매바위 ; 선사유적과 민간신앙의 만남

춘양면 대신리 고인돌군에 있는 핑매바위는 선사 문화와 민간신앙이 결합한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높이 4m, 둘레 7m, 무게 약 290톤으로 추정되는 이 바위는 본래 고인돌 덮개돌로 사용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위 윗면에는 지름 40cm의 타원형 구멍이 있어 오랫동안 소원을 비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마고할미가 운주골에 천불천탑을 쌓으려다 치마가 찢어져 돌을 떨어뜨렸다는 전설도 전한다. 옛사람들은 왼손으로 돌을 던져 구멍에 들어가면 아들을, 들어가지 않으면 딸을 낳는다고 믿었고, 젊은이들은 결혼을 점치며 돌을 던졌다. ‘핑매’라는 이름도 ‘돌을 던진다’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인근의 핑매바위 채석장에서는 덮개돌을 떼어낸 흔적이 선명해 고인돌 제작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핑매바위는 선사유적이자 민간신앙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등재지 탐방 코스의 핵심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 대신리 고인돌과 발굴지 ; 생활상이 드러난 현장

감태바위는 모자라는 뜻으로, 바위의 모양이 모자를 쓴 사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위에는 고인돌의 덮개돌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판 흔적이 남아 있고, 암벽 옆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덮개돌도 있다고 전해진다.

감태바위 고인돌 채석장에는 채석하다가 만 석재 등이 남아 있어 고인돌의 상석을 채석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석장 아래에는 기반식 고인돌, 석실이 노출된 고인돌, 덮개돌이 없는 석실 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고인돌의 축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받는다.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 앞 발굴지는 1995년 목포대학교 이영문 교수가 처음 확인했으며, 1999년 발굴 조사에서 35기의 고인돌과 다수의 생활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는 선사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2008년 설치된 유리 보호각은 당시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 관람객이 고인돌 무덤방 구조와 축조 기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지상 석곽형·바둑판식·탁자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청동기 무덤 양식 변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 2025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올해 10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17일간) 화순 고인돌 유적지 일원에서 ‘영원한 생명, 고인돌 속으로’를 주제로 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에는 2만 평 규모의 코스모스·해바라기·국화 등 다양한 가을꽃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고, 고인돌 책방·야외카페 등 휴식 공간과 인증샷 이벤트·스탬프 투어·선사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예전의 경우 입장료는 5,000원이지만 화순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되며, 화순군민·미취학 아동·장애인·국가유공자는 무료였다.

특히 올해는 다회용기 사용으로 친환경 축제를 지향한다. 화순군 관계자는 "고인돌 축제는 자연친화적 힐링 축제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거석테마파크

 

고인돌 방문자 센터

화순 고인돌 유적은 선사인의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새기게 하는 ‘돌의 기억’의 통로다. 온 가족이 효산리 화순고인돌 유적 방문객센터에서 시작해 마당바위 고인돌·핑매바위 채석장·대신리 고인돌 발굴 보호각까지 걸으면서 선사인을 만나보길 희망한다.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프랑스 로체 돌멘, 인도의 우산돌 등 세계 거석문화가 재현된 세계거석테마파크도 다녀가면 좋겠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덕일 작가
김덕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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