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무안군 해제면. 발끝에 닿는 황토의 감촉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곳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 습지 1732호로 지정된 생명의 보고, 살아 있는 무안 황토 갯벌이다.
무안 갯벌은 해제면, 현경면, 망운면 일대에 걸쳐 펼쳐진 광활한 갯벌 지대다. 총면적은 약 3,000ha(3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고, 해제 반도가 서해를 품에 안은 함평만 일대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함평만의 340여 ㎢에 달하는 갯벌은 칠산바다와 만나며 넓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갯벌은 약 5,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공급된 퇴적물과 해수면 상승, 조류와 파도 등의 물리적 요소가 평형을 이루어온 결과물로 추정된다.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으로, 우리나라 순천만과 더불어 연안 습지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무안 갯벌만의 독특한 특징
무안 갯벌이 ‘검은 비단’이라 불리는 이유는 황토를 머금은 갯벌의 독특한 색깔 때문이다. 유기물이 풍부하고 점성이 강한 황토 성분은 갯벌에 특유의 검은빛을 선사하며, 이는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무안 황토는 단순한 흙이 아니다. 게르마늄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면역기능 증진, 노화 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특별한 성분이 갯벌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생물 다양성의 보고
2001년 전국 최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2008년 람사르 습지 1732호 및 갯벌도립공원으로 등록된 무안 갯벌은 놀라운 생물 다양성을 자랑한다. 자료에 의하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생물인 흰발농게, 대추귀고둥을 비롯해 짱뚱어, 칠게, 낙지, 농게, 말뚝망둥어 등 저서생물들 250여 종, 칠면초, 갯잔디 등 47종의 다양한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혹부리오리, 알락꼬리마도요 등 약 52종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 무안 갯벌의 다양한 이용
사진에서 지주식 김 양식장이 보인다. 무안은 전남 지역의 주요 김 생산지 중 하나다. 황토 갯벌의 미세한 입자와 풍부한 영양염류는 김 양식에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무안 김은 색이 진하고 맛이 깊어 고급 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제면과 현경면 일대에서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김 채취가 이루어지며, 이는 지역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중요한 산업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양식 방식과 스마트 수산 기술이 도입되면서 지속 가능한 김 산업으로의 전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안 갯벌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온 전통적인 갯벌 어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도리포 근처에서 낙지를 잡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하는 맨손어업은 갯벌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적 어업 방식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 2025 제11회 무안황토갯벌축제 - 가을로 연기된 축제
2025년 무안황토갯벌축제는 9월 13일(토)부터 9월 21일(일)까지 9일간 무안황토갯벌랜드 일원에서 개최된다. 애당초 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선거 일정 등으로 연기되어 더욱 안전하고 알찬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
축제 첫날의 가장 큰 볼거리는 대한민국 최장 규모의 바다 횡단 보행교인 ‘무안갯벌탐방다리’ 개통이다. 길이 1.5km의 이 다리는 기존 3.5km 갯벌 탐방로와 연결되어 총 5km의 탐방로를 완성한다. 바다 위를 걸으며 갯벌과 하늘, 낙조의 장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 다리는 무안 갯벌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관람객들은 갯벌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며 자연의 웅장함을 체험할 수 있다. 무안군청에 따르면 그밖에도 다양한 생태 체험 행사가 운영될 예정이다.
주요 체험 활동으로는 황토 갯벌 장어잡이 체험, 갯벌 생태 탐험(아이들과 함께하는 생물 관찰과 생태 교육), 사운드 워킹(황토 갯벌 위를 거닐며 자연의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감성 산책) 등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50여 종의 작가 체험 부스, 도예, 천연염색, 생태 공예 등 다양한 창작 체험, 버블쇼·마술 공연·에어바운스 놀이터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놀이 콘텐츠도 준비된다.
# 살아있는 무대, 무안 갯벌
무안 갯벌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생명을 품고, 사람을 먹여 살리며, 문화를 꽃피우는 살아있는 무대다. 고창의 소금, 신안의 염전이 있다면, 무안에는 황토와 김이 있다. 그 위에 선 사람들의 삶은 갯벌처럼 깊고 넓다.
2025년 가을, 당신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무안 황토 갯벌에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올해는 무안에서, 가을의 특별함을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오고 갈 때마다 생각난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하다. 몸으로 하는 가을 독서를 ‘검은 비단’ 위에 피어나는 무안 황토 갯벌에서 하시길 추천한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