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석(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서금석 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동서양을 떠나, 어느 시대건 간에, 친위 쿠데타는 반대 세력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목적이다. 반드시 피를 불렀다. 조선시대 사화(士禍)가 그랬고, 환국(換局)이 그것을 보여줬다.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친위 쿠데타였다. 이뿐만 아니다. 철권 통치를 굳혀 장기집권 독재를 노린다. 세상은 독재자의 손가락과 말 한마디에 주목한다.

역사적 장면 하나가 스친다. "사람이 먹을 곡식을 참새가 먹다니, 참새는 해로운 새다". 마오쩌둥의 이 한마디로, 그 넓은 중국 전체가 ‘참새박멸운동’으로 난리가 났다. 중국이 한참 대약진운동을 펼치던 1950년 후반 일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참새는 사라졌다. 그러나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각종 해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농작물을 초토화해버렸다. 수확은 크게 줄어들고 대기근으로 이어져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1934년 6월 30일 한밤중,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자신의 친위대를 동원해 나치 정권의 집권을 도왔던 나치 돌격대 숙소에 쳐들어가 기관총으로 돌격대를 제거해 버렸다. 그 어떠한 사법적 절차 없이 이뤄진 한밤중 히틀러의 친위 쿠데타였다. 이 사건을 흔히 ‘장검의 밤’이라고 한다. ‘긴 칼의 배신’이라는 5세기 영국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돌격대는 준군사조직으로 나치당의 사병 집단으로 키워졌다. 이들은 히틀러의 광장 연설이나 나치당 행사 때 동원되고, 반대 세력을 색출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돌격대는 나치당 중앙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 세력을 형성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히틀러에게는 위협적이었다. 히틀러는 돌격대를 그대로 놔둬서는 자신의 정권 유지에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돌격대의 숙청, 친위 쿠데타를 통해 히틀러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피의 숙청은 그를 독일 총통 괴물로 만들었다. 세계 2차대전의 서막이다. 그의 의회 연설문 중의 일부다.

"누군가 ‘왜 정상적인 재판을 열어 판결을 내리지 않았냐?"고 우리를 비난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독일 민족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고, 이에 따라 나는 독일 민족의 최고 재판관이었노라고 말이다. 나는 이 반역죄의 주동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우리 내면의 우물을 오염시킨 종양을 빨간살이 보일 때까지 잘라내고 소독하라고 명했다… 누구라도 국가를 향해 한방 먹이려고 손을 쳐들었다가는, 더욱 확실한 죽음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의회 연설문)

2024년 12월 3일 한밤중,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괴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군사를 동원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짓밟았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속수무책 군인들에 의해 장악됐다. 친위 쿠데타다. 반란이다. 계엄 포고문은 내란 공고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반란의 비선 실세 메모장에 체포 대상자와 수거나 제거 대상자 명단이 쓰여 있다. 모두 종북 좌파 반국가 세력이란다. 피를 부르고, 반대파를 제거하고, 계엄을 배경으로 절대권력을 다지려 했다.

한순간에 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그나마 교훈적이라고 위안 삼을 수도 있겠다. 아뿔싸, 민주주의 파괴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칠 뻔했다. 평온한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점령한 것을 보면, 전쟁도 불사했을 것이다. 드론이 날아갔고, 계엄 발동 전 원점타격 대공포 고각 조준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계엄 전 국지전 계획을 의심한다. 시민들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뒤집어쓰며 거리에서 비상계엄을 막아냈다. 비상계엄 6시간 만에 국회에서 해제 의결되었다. 12월 14일, 국회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탄핵 의결했다. 민주주의는 살아있었다. 이참에 히틀러의 연설문과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문 원문을 비교해 보자.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자유 대한민국의 체제전복을 기도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헌정 질서를 지켜나가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비상계엄 선포문)

섬뜩하고 소름 돋는다.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단다. 이는 "반역죄의 주동자들을 사살하라"라는 히틀러의 말과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의 내용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국가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체제전복을 기도한 자들이 누구였는지 밝혀졌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쳐들어간 반란 세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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