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석 독자위원(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서금석 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제정일은 1919년 4월 11일이다. 1919년 3월 1일, 조선의 독립이 세계에 선포되었다. 3·1운동이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라고 시작되는 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다. 독립선언에 이어 중국 상해에서 4월 10일, 독립운동가들이 모여서 지금의 국회 격인 임시의정원을 만들고 ‘대한민국’으로 나라 이름을 정했다. 다음날인 4월 11일, 임시의정원은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을 공포했다.

공포문에는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임시의정원은 지금의 행정부라 할 수 있는 국무원 선거를 통해 이승만을 초대 내각의 수반인 국무총리로 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의회를 만들고 국호를 제정하고, 헌법을 공포하고 정부를 구성했다. 나라를 잃었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나라를 세웠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다. 임시헌장 제10조는 "임시정부는 국토 회복 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한다"고 했으므로 정부 수립은 국토 회복 후로 미뤘다. 따라서 1919년 4월 11일 건국 후, 국토 회복까지 ‘임시’를 붙인 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 1919년 4월 11일 제정된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조의 내용이다. 민주공화국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이 정신은 1919년에 제정된 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정신은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으로 이어졌으며, 지금의 헌법이 계승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며, 1948년 제헌헌법 전문은 이렇게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제헌헌법이나 지금의 헌법 모두, 1919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건립이 곧 건국이다. 이것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헌법 정신이다. 이승만 대통령조차 이를 분명히 해뒀다. 1948년 그의 대통령 취임사와 대한민국정부수립 국민축하식 축하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쁨이 극하면 웃음이 다하여 눈물이 된다는 것을 이에서 보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중략) 지나간 40년 동안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회복해서 세계 문명국에 경쟁할 것이니 나의 사랑하는 3천만 남녀는 이날부터 더욱 분투 용진해서 날로 새로운 백성들 이름으로써 새로운 국가를 만년 반석 위에서 세우기로 결정합시다.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

서기 1948년 7월 24일, 지금은 철거된 옛 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사에서 거행된 이승만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내용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취임사 낭독 일자를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일이라고 알렸다. 1948년은 대한민국 30년째가 되는 해였다. 대한민국은 국호이자 연호였다. 돌이켜보면, 이승만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1919년이라고 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었다. 당일 이승만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8월 15일, 오늘 거행하는 이 식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여 경축하는 것입니다. (중략) 이 정부가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서서 끝까지 변함이 없이 민주주의에 모범적 정부임을 세계에 표명되도록 매진할 것을 우리는 이에 선언합니다.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

중앙청사에서 개최됐던 이날 행사 현수막의 제목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축하식 축사에서도 대한민국 연호를 써서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다. 1919년 국내에서 전국적인 3·1운동이 일어나고, 이것이 방향타가 되어 중국 상해에서 같은 해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대한민국의 등장이다. 따라서 1919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과 1948년 남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말 그대로 건국과 남한 정부 수립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임시헌장 제10조의 구절처럼 국토가 회복되고 나서야, 1948년에 ‘임시’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뉴라이트 계열의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주장은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의 끄나풀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뉴라이트의 출현과 그들의 발언은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짓밟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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