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석 독자위원(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광주의 ‘공동주택관리 정책관’ 설치가 필요하다. 광주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동주택 공급률과 주거율을 자랑한다. 쉽게 말해서, 주택으로서 공동주택 비율이 전국에서 광주가 가장 높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도 전국에서 1등이다. 굳이 수치로 따질 일도 아니다. 당분간 이 분야에서는 광주가 1위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열의 여덟 명은 공동주택에서 산다.

2024년 국토연구원의 발표가 흥미롭다. 한국인은 하루에 집 밖에서 평균 10.3시간을 보내고, 이 중 2.5시간을 이동하는 데 사용한다. 이 조사를 역으로 보면, 사람들은 집에서 13.7시간 생활한다. 주택 내 생활시간이 집 밖 활동 시간보다 훨씬 많다. 요컨대, 삶의 질은 주거 공간에서 판가름 난다. 소통과 힐링 시간은 공동주택관리 현장 여하에 달렸다.

기대 수명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더 오래오래 공동주택에서 살 것이다. 신세대 가족 문화는 공동주택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아이들도 공동주택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도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주택을 떠나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도시 생활에서 갈등의 맨 꼭대기에 공동주택 문제가 차지한다. 관리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민원과 갈등으로 관리주체는 여기저기서 발에 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광주시는 주무부서에 공동주택관리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이유는 공무원들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겠지만, 문턱을 낮추지 않는 오래된 관료주의 탓도 빠질 수 없다. 5개 구청 중 유일하게 남구청에 시간제 계약직 주택관리사가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다섯 개 구청에 공동주택관리 상담센터가 설치되어 민원 갈등 해결에 공무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을 정도이다. 주택 정책을 세우고 펼치는데, 관리자 등의 참여는 없다. 진작에 주택건설 촉진법 제정 시대부터 공동주택관리 정책관이 자리 잡았어야 했다.

단적인 예로,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관리자와 그곳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의 바람이 충분히 반영되었다면, 부실시공을 미리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건축이 관리와 동떨어지는 순간 그 건축물은 천덕꾸러기가 된다. 2022년 2월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 중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이 생겼다. 아직 양성화되지도 않았는데, 그 위에 다시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졌다. 건축물의 시멘트가 흘러 내리고, 비록 무너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지어진 아파트는 심각한 하자로 남았을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리자와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맡는다.

공동주택관리 정책은 건축물의 장수명화와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통해 주민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데 있다. 광주의 공동주택관리종사자는 진작에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대한 데이터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공동주택관리 정책 개발을 위한 공청회나 세미나 등 정책 토론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주거 공간으로서 만족도 조사, 이를 통한 힐링 프로세스 개발, 세대별 가구 조사를 통한 주거문화 창출, 재난 관리, 건축물의 장수명화 정책, 시설물 관리, 하천과 도로 관계망으로 연계된 공동주택 시설망 현황(네트워크) 공유, 관리자의 건축 설계 단계 참여 정도 파악 등 할 일이 많다.

단적으로, 지난 7월 17일의 폭우로 광주천과 영산강 수위에 따른 주변 저지대 아파트 침수 예방책과 피해 보상 대책을 세웠는지조차 모른다. 비만 오면 안절부절못하는 관리현장의 근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8월 3일 폭우와 낙뢰로 인한 고지대 아파트 피해 파악이 제대로 가능할까도 싶다. 광주는 폭우에 약한 도시이다. 일반 시민이 봐도 쏟아지는 빗물의 양이 시간당 얼마 얼마면, 복개 하천의 범람과 광주천과 그 지천의 수위, 그리고 영산강의 수위 상승으로 얼마만큼의 피해가 예상되는지 시뮬레이션이 그려질 법도 한데, 여전히 그 피해는 되풀이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공동주택 재활용 문제도 이제는 방관할 수만은 없다. 관리 현장의 온전한 배출을 통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실현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이다. 수거와 그 처리 과정을 제대로 견학한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행정이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면, 언젠가 재활용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공동주택관리 정책 개발은 사적 자치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대적 사명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시에 단체장을 보좌하는 ‘공동주택관리 정책관’ 설치가 절실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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