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제도 ‘실효성 의문’

번호이동성제 도입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면서 실효성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상반기 이동전화와 시내전화의 활발한 번호이동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은 커졌으며 덩달아 침체됐던 통신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과 장기 약정할인제도로 인해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취지도 살리고 수익성도 개선하기 위해서 하반기엔 사업자들이 소모적인 가입자 쟁탈전을 지양하고 본연의 서비스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시내전화 이동성을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8만406명이 번호이동을 했으며 이 중 98.8%인 7만9천424명이 KT에서 하나로텔레콤으로 이동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점차 활성화할 전망이다.
번호이동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 내 경쟁이 이달 시작된 데다 데이콤도 곧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반기 치열한 공방을 벌인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소강상태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총 181만명이 번호이동을 했으며 이 중 28만명이 SK텔레콤으로, 92만명이 KTF로, 62만명이 LG텔레콤으로 이동했다. 하루 1만2천∼1만5천명에 달했던 번호이동은 최근 8천명선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다 사업자들도 출혈 마케팅을 자제했기 때문.
번호이동의 긍정적 효과로는 ▲선발사업자 규제로 인한 경쟁구도 변화 ▲시장 확대 ▲실질적 요금인하 효과 등이 꼽힌다.
실제로 올 상반기 유무선 시장 지배적 선발사업자인 KT의 시장점유율은 98%에서 96%로,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4.5%에서 51.6%로 떨어졌다. 반면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 KTF, LG텔레콤은 번호이동의 수혜를 받으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상승일로이던 선발사업자의 가입자수가 처음으로 꺾였다는 점이 정부가 시도하는 유효경쟁체제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에게 사업자 선택권을 돌려줘 이용자 편익을 증대하고 각종 할인제도과 품질 향상노력 등 서비스가 한층 보강됐다는 데 번호이동성제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결산결과 번호이동성제도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수익성 악화’라는 독을 가져다 줬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은 모두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SK텔레콤은 24.6%, KTF는 59.1%, LG텔레콤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가입자 유지와 유치를 위해 마케팅비용을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2조원을 쏟아부었으나 결국 실적은 최악의 상황을 기록, 모두가 진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T도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5%로 줄었다.
각종 할인제도를 통한 실질적 요금 인하 효과와 부가서비스 등 출혈 경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 유선 사업자의 경우 하나로텔레콤이 KT에 ‘불공정 경쟁 제소’를 제기하는 등 사업자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부정적 영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번호이동성 제도는 소비자 선택권을 부여, 단기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지만 수익성 악화의 부담을 결국 소비자가 떠안아 실패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통신서비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존 시장에서 소모적 쟁탈전이 아니라 신규서비스 개발,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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