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빛과 소금 - 진송회

30여명의 노인들이 오순도순 앉아 말년을 보내고 있는 광주 남구 행암동 전남성노원. 이곳에 매주 한차례 자식보다 더 반가운 사람들이 찾아온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15명의 아줌마들로 구성된 진송회(회장 노순례). 이름만 들었을땐 무슨 깊은 뜻이 들어있을 것 같은 이 모임은 광주 남구 진월동과 송암동의 앞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그동안 남구자원봉사센터에 속해 자원봉사를 펼치던 이들은 지난 연말 새롭게 ‘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진송회’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진송회는 많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 노순례 회장은 “자칫 역량보다 많은 일을 벌여 놓으면 나중에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것 같았다”며 “새로 단체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우선 맡은 일 하나라도 성심성의껏 하자는 생각에 이곳 성노원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행여 봉사활동에 참여를 못하는 날이면 꼭 회장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죄송함을 표하는 등 모두가 화목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전남성노원에서 노인들의 목욕봉사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역겨운 냄새에 모두들 구토 한번씩 안한 사람이 없었으나 이제는 친딸보다 편안하면서도 며느리보다 더 정성들여 노인들을 씻긴다. 회원들은 “처음에는 목욕을 꺼려했으나 할머니들이 씻고나면 개운한 맛을 아는지 지금은 목욕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며 “가끔 할머니들이 자신의 지난 삶을 한탄하듯 말할때는 눈가가 젖어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는 모두들 아이들의 엄마이고 부모님을 모시는 며느리인 이들 회원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요양시설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대부분 자신들의 체면때문에 부모님을 시설로 보내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면서 “집에서 혼자 적적하니 지내는 것보다 이곳에서 또래 노인들과 말벗이라도 하고 지내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시설생활의 좋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희들도 늙으면 시설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래도 부모는 시설에 보내지 않고 힘 닿는 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이 편해지고 핵가족화 되고 있지만 부모는 직접 모셔야 한다는 사고 방식에는 변함이 없는 듯 했다. 이날 목욕 봉사를 마친 회원들은 “정해진 날짜에 봉사해야 자신들도 좋고 봉사받는 사람들도 편하다”며 “‘진송회’는 늦게 출발했지만 회원들이 생을 다하는 날까지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손을 잡고 전남성노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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