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 때문에 몹쓸 고생을 하고 있는 아들 경진이를 죽기전에 볼 수만 있다면…”
보성군 보성읍 보성리 907번지, 두평 남짓한 작은 단칸방에서 천정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임순남씨(여·49).
3년째 방안에서 누워만 있는 임씨가 생의 끈을 놓아 버리지 못하고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은 오직 큰 아들 경진씨(25) 때문이다. 그의 삶과 의식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아들 경진씨는 지금 고향집에 남겨 놓고 떠나온 어머니와 동생들을 쇠창살 너머로 그리고 있다.
아들 경진씨가 지금 쇠창살에 갇혀 있는 것은 모두가 에미의 탓이라고 자책하며 병상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임씨에게 있어 지난 세월은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들뿐이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된 남편의 구타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술만 먹으면 무조건 때리는 남편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눈물로 얼룩졌다.
아들 둘, 딸 하나를 두었지만 자식들의 교육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술만 먹는 남편 때문에 살림살이가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래도 임씨를 위안하는 것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는데도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구타는 끝내 그를 더이상 밝은 하늘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97년 5월 만취한 남편이 휘두른 주먹에 목뼈와 허리가 어긋나 버렸다. 병원에 갔지만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다.
허구헌날 술로 탕진한 남편으로 인해 살림이 꼴이 아니었다. 3개월간의 병원생활도 돈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한채 누운 상태로 단칸방으로 되돌아 왔다.
그렇다고 남편의 구박이 그친 것은 아니었다. 술버릇은 나날이 거칠어져 갔다. 공익근무를 하던 아들 경진이는 “복무만 마치면 어머니 모시고 나갈테니 제발 그때까지만 참아 달라”고 아버지께 빌고 또 빌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지난해 3월 술에 취한 아버지가 옴짝달싹 못하는 어머니를 무작정 때리자 끝내 일을 저질렀다. “어머니와 동생들이라도 편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울부짖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래도 천륜을 거스른 경진씨를 용서해 줬다. 앞장서서 탄원서를 올렸다.
어른들께 인사 잘하던 그 착하디 착한 경진이가 저지른 죄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검찰에 용서해 줄 것을 호소했다.
1심에서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도 상황을 참작해 줬다.
경진씨는 한달에 2번이상 꼭 편지를 쓴다. “구정때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마음속으로 세배도 올렸지. 다음에 아버지 뒤를 따르게 되면 효도하겠노라고 기도도 했다. 꿈에도 나타나셨지. 여전히 술에 취해 계셨다. 무척 슬펐단다…”
그의 편지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동생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병든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이 녹아 있다.
특히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생을 연명할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은 받고 있지만 동생 경미(고 1년)가 제대로 학교나 마칠 수 있으런지, 온통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아무리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할 지라도… 큰 놈이 와야 눈을 감을 수 있을텐데…” 병든 몸을 누일 한평의 방조차 없어 어느 독지가가 공짜로 내준 작은 방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임씨의 볼에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내렸다. 보성/김동영 기자 kdy@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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