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모정…우정…집착때문’ 대리시험 백태..속속 드러나는 부정행위

수능 부정행위 수사가 대리시험 수사까지 확대되면서 각양각색의 대리시험 행위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3일 현재 자수하거나 검거된 대리시험 행위는 서울, 인천, 수원, 부산, 울산, 광주등 전국에 걸쳐 모두 6건, 13명에 이른다.
지난해 대리시험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도 또다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대리시험에 나섰는가 하면 학부모가 직접 대리시험을 의뢰한 경우도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떨치지 못한 대리시험 `유혹‘= 서울대 중퇴생에게 120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했던 차모(23)씨는 지난해에도 대리시험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모 대학 1학년인 차씨는 한의대에 가고 싶어 지난해 수능에서 K대 한의대생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으나 시험 도중 감독관에 적발돼 대리시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도 차씨는 `대리시험 유혹‘을 떨치지 못했고 결국 지난 8월 한 인터넷 사이트의 과외 카페에서 서울대를 중퇴한 박모(28)씨를 만나 또다시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차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다 신용불량자였던 박씨에게 넉달간 용돈으로 30만원씩 건네면서 "수능에서 4%이내에 들면 500만원, 1% 이내에 들면 1천만원을 주겠다"고 `성과급‘까지 약속했다.
감독관의 눈을 속인 이들의 대리시험은 성공하는 듯 했지만 차씨는 경찰 수사끝에 의혹 대상 27명에 포함됐다. 경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차씨를 수능 고사장까지 데려가 고사실을 찾아보라고 요구했고 차씨는 엉뚱한 곳을 지목, 결국 대리시험이 들통나고 말았다.

◇`빗나간 모정‘..학부모까지 개입= 부산에서는 아예 수험생의 어머니가 노골적으로 거액을 제시하며 대리시험을 요구했던 사건이 적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재수생 박모(21)씨는 지난 6월 인터넷 과외 사이트에서 만난 의대생 김모(22)씨에게 과외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박씨의 어머니(48)는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러 온 김씨에게 처음부터 "수능 점수에 따라 뭉칫돈을 줄 수 있다"며 대리시험을 제안했다. 수능 점수가 잘 나오면 1천만원을,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최소한 500만원은 주겠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부정행위‘라는 양심의 가책보다 거액의 보상이라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이를 수락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지난 9월 아들의 수능원서에 김씨의 사진을 직접 붙이고 수능 당일에도 아들의 주민등록증에 김씨의 사진울 붙여 랩으로 씌운 뒤 다림질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국 부모의 빗나간 교육열과 젊은 세대의 비양심적 행동은 대리시험으로 이어졌고 부산지역 재수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정밀 사진 대조작업을 벌인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우정이 부른 `파국‘= 거액을 조건으로 한 `거래‘가 아닌 친구 사이의 `우정‘만으로 대리시험을 치르기도 했지만 경찰 수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학생인 김모(20)씨와 삼수생인 김모(20)씨는 초등ㆍ중학교 동창으로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대리시험을 의뢰한 김씨는 재수를 거쳐 수원의 2년제 대학에 들어갔으나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고 대학생 김씨와 함께 지내며 삼수를 준비했다.
친구인 대학생 김씨에게 학습지도를 받아가며 공부했지만 삼수생 김씨는 자신의 실력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지난 9월 친구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하게 됐다.
절친한 친구의 부탁에 고민하던 대학생 김씨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친구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탁을 들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시험 감독관은 속였을지 몰라도 밀려오는 죄책감을 떨칠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경찰수사와 언론보도에 괴로워하던 이들은 지난 1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대리시험 사실을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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