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주역2030] 문화 코디네이터 정민룡씨
‘아홉골, 따뜻한 담벼락 展’사람 냄새‘물씬



옛 사진들이 골목으로 나왔다. 직접 그린 그림과 마을지도도 나왔다. 하나 하나 손떼가 묻어있다. 인간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광주시 북구 중흥3동의 허름한 골목이 멋진 갤러리로 바뀌었다. 작가는 바로 동네 주민들. 주부, 아이, 할머니 할 것없이 그냥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동네가 곧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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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북구 중흥3동 골목에서 열린 ‘아홉골, 따뜻한 담벼락 展’. 아홉개의 마을이 모여 이뤄졌다는 아홉골 이야기다. 살아있다. 일상에서 탈피했다. 그리고 과감히 도전했다. 그래서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갤러리가 됐다.
이 모든것을 기획한 이는 바로 북구 문화의 집 문화코디네이터 정민룡씨(33)다.
아직은 생소한 단어인 문화코디네이터. 정씨는 문화 프로그램 기획은 물론, 구상, 자료수집, 전시, 연출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5년 차다.
정씨는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그 마을 주민과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며 “그런 의미에서‘아홉골, 따뜻한 담벼락 전’은 주부나 아이들 같은 보통사람들이 이뤄낸 가장 다양한 성과물이다”고 말했다.
정씨는 집에 있는 물건들의 사적인 가치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사연들을 전시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일상 생활 속 살아있는 진솔한 이야기. 결코 사치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 냄새가 났다. 그것은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정씨가 기획한 전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보편적인 가치관의 탈피였다.
그는 “전시는 어떤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면서 “어떤 유명인사의 예술품을 진열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시가 꼭 갤러리에서만 열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그렇다. 그가 기획한 전시는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았다.
작가의 선정 또한 무척이나 자유로웠다. 남녀노소 제안이 전혀없었다. 예술을 아는 자도, 그렇지 않는 자도 상관없었다. 그저 삶의 모습 그 자체가 그에게는 모두 예술이였다. 그리고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마을 주민들은 예술가들이었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의 사상이며 철칙이었다.
완도에서 태어난 그의 성격은 사소한 것 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만큼 세심하다. 그는 북구 문화의 집으로 오기 전까지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일했다. 광주영상매체연구소에서 일반인들에게 사진기술을 가르치는게 그의 임무였다. 그는 그때도 사진 기술보다는 사진을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을 길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2000년 우연한 기회로 북구 문화의 집에서 문화 프로그램 기획을 맡게 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북구 문화의 집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됐다.
그가 기획한 많은 전시 중 ‘아홉골, 따뜻한 담벼락 전’. 이는 주민들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도 호평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골목길’이라는 작은 공간속에서 꿈을 재탄생시킨것이다. 이제는 골목길이 그냥 단순히 좁은 길로만 보이지 않는다. 골목은 추억과 삶, 그리고 꿈이 묻어 있는 곳이다.
그는 어른이 읽는 재밌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종이로 만들어진 글씨 적힌 책이 아니다. 책을 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그런 책이다. 동화 속에나 나오는 마법책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책 속에 모든 것을 다 집어 넣고 싶다는 그.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고집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과 함께 하려 한다. 그가 바로 팍팍한(?)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진정한 문화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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