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결산-④ 공연분야


지난 11월 폐막된 제5회 광주비엔날레의 여파로 공연분야도 예년보다 많은 행사를 치렀다. 일부 공연단체는 예산의 어려움속에서도 불구하고 중앙부처나 관련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중·대규모 공연을 무대에 올렸으며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는 십시일반 자금을 마련, 땀과 눈물로 한해를 보냈다. 이는 아직도 지원금을 배분하는 행정당국, 소위 ‘힘있는’기관의 지원방식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단체는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창단도 이뤄졌다. 연극과 음악, 국악, 무용계 등의 지난 한 해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연극
공연예술축제, 소극장연극축제 등으로 작지만 알찬 한해를 보냈다.
특히 공연장르중 예산을 포함해 가장 규모가 작을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지간한 중·소도시에도 있는 시립극단이 없어 행정당국의 예산따기도 만만치 않다. 해체된 시립극단에 대한 재창단 여론이 서서히 일고 있다.
무대작품의 경우 순수 창작뮤지컬이 눈에 띄었다. 극단 유피씨어터의 ‘투모로우’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젊은배우들이 고단한 일상을 주제로, 광주연극협회가 공동제작한 ‘지하철에서 생긴 일’은 제목 그대로 지하철에서 있을 만한 일들을 소재로 꾸몄다. 연기에다 음악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뮤지컬을 순수 지역극단이 창작했다는 것과 관객들의 호응을 고려하면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또 한편의 주목할 만한 작품은 ‘부용산’이다. 광주시립예술단원을 포함, 지역 주요 극단 소속단원들의 프로젝트 작품이었다. ‘부용산’이라는 지역소재를 바탕으로 ‘문화상품’화를 꾀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마당극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고 광주 문화중심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기원하기위해 열렸던 생명살림 총체탈굿 ‘무등천지굿’은 광주와 나주, 목포일원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광주연극계는 여전히 중앙에서 내려온 대규모 공연들에 밀리는 경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음악
단원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받은 목포시향 비리가 ‘나쁜 뉴스’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에따라 한때 시향 존폐논란 사태로 번졌다.
좋은 뉴스들도 있다. 지난 5월 민간 오케스트라로 창단공연을 가진 문화신포니에타의 활약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이나 소규모 실내악만으로 전개되던 광주지역 음악계에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이 단체는 전남지역 공연이나, 국제적인 연주자들을 공연때마다 초청, 연주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사)빛소리오페라단과 광주오페라단의 경우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광주공연과 함께 일선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좀처럼 보기힘든 오페라를 선보여 지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와함께 전통과 실력을 갖춘 여성체임버앙상블 등 소규모 실내악단의 공연, 유학파 연주자들의 귀국무대 등이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을 비롯한 지역내 곳곳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여기에다 일부 매체들이 주관한 합창제, 소년소녀합창공연, 사랑의 부부합창단 공연 등이 열렸다.
또 지역의 경우 순천시는 전국 공모를 통해 오페라 ‘춘향’의 배우를 선정, 작품을 올려 동부권 예술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국악=무혐의로 판명났지만 광주시립국극단 단장의 불명예 퇴진에 따라 지역내 국악계와 전국이 시끄러웠다. 결국 최근 신임 단장이 4개월여의 공백을 딛고 선임됐다. 신임 홍성덕 단장은 예산난에도 불구, 창극 황진이를 무대에 올려 역량을 보였으며 올해말과 내년 5월 평양공연까지 계획, 시립국극단의 활성화를 위한 첫단추는 비교적 잘 꿰었다는 평가다.
이와함께 남도소리 상설무대는 국악마니아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전인삼 명창의 적벽가 완창무대, 송순섭 명창의 수궁가 연창무대, 차세대명창 5명의 판소리 다섯마당, 시립국악관현악단 피리연주자 임일우씨의 ‘인연’공연, 시립국극단 이지선씨의 판소리 무대, 김광복 전남대 교수의 몽골국립관현악단과의 피리협연 등 크고 작은 무대가 이어졌다.
한편 지난해 임방울국악제와 광주국악제의 통합 이후 두번째 맞은 임방울국악제 전국대회는 심사위원 선발방식 개선 등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실제 역량있는 참가자의 지원이 감소해 전국화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 주최측과 광주시의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용
창작보다 재안무한 작품이 많았다. 광주시립무용단은 광주시향의 라이브 연주를 품에 안고 무대에 올린 백조의 호수, 고집쟁이 딸, 호두까기 인형 등을 선보였다. 명작인 만큼 관객들이 많이 찾아 무용단을 고무시켰다.
지역내 무용인 배출 산실인 조선대 무용학과도 재안무 작품으로 무대를 마련했다. 박준희 교수의 모던발레 ‘꿈길 그리고 고리’, 김미숙 교수의 ‘뿌리깊은 나무 2’등이다. 광주여대 역시 무용학과 박선욱, 여순심 교수가 ‘춤’과 ‘춤’을 주제로 창작무대를 올렸다.
이와함께 전국 6개 광역시의 내로라하는 무용단이 모인 가운데 열린 무용교류전은 이들 지역의 무용 실력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한편 무용계 일각에서는 고교생들의 지역대학 무용학과 지원 급감 등으로 ‘춤꾼’양성이 붕괴될 위기에 있고, 대규모 인원의 참여가 불가피한 대표적인 공연예술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지원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타
광주비엔날레 개최와 함께 수많은 축제가 이어진 한 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체제는 미흡했으며 평가를 바탕으로 한 향후 예산지원계획도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전국규모 대회의 질적 향상, 행정기관과 이른바 ‘가까운’문화예술단체 지원금 우선 배정문제, 소규모 단체 및 창작중심 단체 예산지원 소외문제 등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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