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초(超)공감각 능력을 가진 스위스 여인

귀는 물론 눈과 혀로 음정을 인지하는 한 스위스 여성의 기이한 능력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상에는 색깔을 듣고, 단어를 맛보며,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다지 드물지 않고 이런 능력을 학술적으로는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올해 27세의 스위스 여성은 3개의 감각기관으로 음정을 정확히 식별하는 매우 특이한 경우여서 집중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E.S’라는 이 여성을 1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2월2일자)에 기고했다.
그녀는 음정을 들을 때 색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례로 F단조는 보라색으로, C장조는 빨간 색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보다 연구팀을 더욱 놀랍게 한 것은 음정마다 특정한 맛을 연상하는 그녀의 능력. E.S는 3도 단음에 대해서는 짠 맛을, 3도 장음에는 단 맛을 각각 느낀다.
그녀가 느끼는 맛도 구체적이다. 6도 장음에 대해서는 저지방 크림, 6도 단음에 대해서는 고지방 크림의 맛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편 불협화음은 불쾌한 맛으로, 화음은 기분 좋은 맛으로 느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그녀의 혀에 신맛과 쓴맛, 짠맛, 단맛을 번갈아 제시하고 키보드를 누르게 한 결과 완벽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5명의 음악가들을 데리고 실험한 결과, 그녀의 음정 식별 능력은 5배나 빨랐다고 한다.
물론 공감각 능력자에게서는 음악을 듣거나 특정한 단어를 대할 때 독특한 맛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단어 R(red)을 빨간 색으로, Y(yellow)를 노란 색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E.S처럼 뛰어난 능력은 예외적이라는 것.
그녀의 직업은 다행스럽게도 음악가. 한 박사과정 학생이 12명의 공감각 능력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3개의 감각기관이 음정을 인식할 수 있는 그녀의 초감각이 드러났다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인구 2천명당 1명 꼴. 자손에게 유전되지만 딸이 아들보다 3대1로 빈도가 높다고 한다.
공감각을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 19세기말에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했고 그 후 상당수의 음악가들에게서 발견됐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르 보들레르와 아르튀르 랭보, 러시아 출신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와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안톤 체호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이 공감각 능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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