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외교적 노력’마무리 수순
韓·美간 의견차‘조율’여부 관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19∼20일)·일·중 순방에서 관심의 초점은 북핵 문제에 있지만,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거나 협의하기보다는 ‘북한의 6자회담 무조건 복귀’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의 관철을 위한 3국과 공조를 다지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라이스 장관의 이번 순방은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 직후 한ㆍ미,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한대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6자회담 참여국 사이에, 그리고 북·중간 활발하게 이뤄져온 ‘외교적 노력’을 마무리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9일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 발표문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정밀 검토(review)’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리뷰’는 기존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재검토라기보다는 모든 상황을 종합 정리해 면밀히 검토해본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한 외교관계자는 말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평화적 외교적 해결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또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고 해서 새로운 유인책을 내놓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 역시 확고하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은 이번에 특히 대북 유인책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과 중국 방문을 통해 미국의 원칙을 한번 더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의 ‘무조건 복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한ㆍ미간, 한ㆍ중간 “(물밑에서) 많은 이견이 있을 것”이나 “한ㆍ미, 한ㆍ중 모두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헤리티지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취임 후 첫 방문으로서 라이스 외교의 대북정책 특성이 발현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북핵 문제에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며 이번 라이스 장관 순방은 장관 취임 후 유럽과 중동 방문에 이은 아시아지역 ‘현장 조사’ 성격도 겸한 것으로 봤다.
라이스 장관의 한국 방문에선 핵문제 외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법상의 한미간 차이가 어떻게 조율·표현될지도 관심사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일련의 중동 민주화 바람에 매우 고무돼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1기 때의 ‘선제공격 독트린’에 버금가는 2기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이 북한 문턱까지 간 만큼 북한인권 문제를 크게 부각시킬 기회인 셈이다.
중국 방문에선 최근 부시 대통령이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의 신임장을 받고 거듭 밝힌대로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에 대한 양측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2·10 선언 직후 일본측과 가진 외교·국방 장관회담에선 그에 앞서 있었던 반기문 외교장관과 회담 때에 비해 더욱 단호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했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일본내 대북 제재론을 감안하면 역시 같은 기조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바우처 대변인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민주주의 지원과 같은 전 지구적, 지역적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확산 독트린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끌어내는 것도 라이스 장관 순방의 주요 목표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라이스 장관은 인도, 파키스탄 방문에선 최근 양국간 화해 움직임의 가속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신들은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 동맹으로 간주하는 파키스탄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 라이스 장관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