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승을 부리던‘가마솥 더위’와‘열대야’도 계절의 변화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무더위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고보니 이제 찌는 듯한 여름은 모두 지나가고 사색과 낭만,그리고 남성의 계절인 가을이 발밑에 다다른 느낌이다.
가을은 산행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 청량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는 기분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번씩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특히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산 정상을 올라선 등산객들 아니면 맛볼 수 없는‘산행의 기쁨’이다.
속칭‘배고픈 다리’를 지나면 푸르디 푸른 녹음속에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광주시 동구 운림동 무등파크 맨션과 라인APT 뒤편에서 시작되는 무등산 등산로.
금남중 뒤편에서 시작해 팔각정, 꾀재, 충민사로 이어지는 약 6km의 이곳 등산로는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등산로이다.
아파트 단지 뒤로 돌아서면 시멘트 계단으로 된 조그마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 마련된 정자에는 동네 아이들 10여명이 모여 술래잡기에 여념이 없다.
자연속에서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티없이 밝은 모습은 건강한 자연과 너무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인근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텃밭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텃밭에는 집안에 필요한 만큼의 고구마, 옥수수, 호박 등이 경작되고 있다.
본격적인 등산로에 들어서면 30도 이상의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그러나 등산로 곳곳에는 등산객들이 오르기 편하게 안전줄이 이어져 있어 이 줄을 잡고 오르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가파른 길이 끝나면 7m 높이의 소나무들이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좋은 그늘을 제공한다.
또 많은 소나무때문인지 산새들의 지저귐도 더해진다.
그러나 좋은 기분도 잠시.
순환도로 공사현장에서 들리는 중장비 등의 굉음이 등산객들의 흥취를 깨고 만다.
이 등산로는 순환도로 공사현장과 가까워 산행길 내내 공사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굉음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500여m 오르면 10여m 높이의 괴물같은 전송탑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15만4천볼트(V)’‘위험’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전송탑과 거기에 걸려 있는 전선줄은 왠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전송탑의 전선은 이곳뿐만 아니라 무등산의 허리를 감싸안고 화순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에는 모두 걸쳐져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봉선동, 방림동 일대와 광주 서구지역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좋은 전망을 지니고 있지만 흉물스러운 전송탑때문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쉽게 머물지 않는다.
산 중턱쯤 오르면 좌측으로 증심사 버스종점과 문빈정사가 한 눈에 들어오고 무등의 산등성이들도 하나둘씩 그 자태를 드러낸다.
100여m를 더 오르면 세 방향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등산로 표지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초행길인 등산객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더욱이 이곳 갈림길에는 지난 태풍‘올가’의 강풍으로 부러지거나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어 스산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한다.
갈림길 좌측 산 아래로 조그마한 등산길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흥룡사와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이고 오르막길은 팔각정으로 가는 등산로이다.
팔각정으로 향하다 40대 노부부를 만났다. 이 등산로에서는 부부 등산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인 이들은 주말과 휴일 이곳을 찾아 일주일간 못했던 집안 이야기와 자녀문제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들이다.
팔각정에 거의 다다를 때면 싱그러운 초록냄새 대신 악취가 코를 찌른다.
인근 화장실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풍겨나오는 이 냄새들은 등산객을 짜증스럽게 한다.
그러나 잠시후 해발 358m에 위치한‘빛고을 팔각정’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람이 그 잠깐사이의 불쾌감을 말끔히 씻겨준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광주시내 전경도 등산객들의 시야를 즐겁게 만든다.
여기에 시원한 동동주 한잔과 파전 한 조각이 곁들여지면 온몸에 느껴지는 등산의 참맛이 절정에 달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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