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1원짜리 동전의 가치 - 강현석 사회부 기자

1원 동전이 생활주변에서 사라진지 꽤 오래다. 그렇다고 1원이 가진 화폐로서의 가치나 의미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1원의 가치를 까맣게 잊은 곳이 있다.
전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도민들이 어렵게 모아준 성금으로 견학을 핑계삼은 해외 여행을 가는가 하면 서류를 위조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지급 절차를 무시한 채 성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도민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라는 말로 지금의 심경을 대신했다. 하지만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은 아마도 도민들 뿐인 것 같다.
200만 도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도공동모금회는 겉으로는 부산했다.
모금회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업무를 볼 수 없어 ‘긴급의료지원’ 등을 받아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꾸 들쑤신다고 좋을 것이 있나. 그동안 소중한 마음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납부해준 도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도 쌀 한톨, 병원비 몇십만원 때문에 어쩔줄몰라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하는 사람들에게 도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성금은 한 생명을 살리는 위력을 가진다.
하지만 도공동모금회는 이런 도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따르지도, 지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배반했다. 도민들의 ‘땀방울 같은 1원’으로 영국의 왕궁을 밟고,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조명아래 섰던 이들에게 1원은 이미 사라진 돈에 불과했던 것이다.
/kaja@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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