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기아차 노사가 잃은 건 ‘신뢰’

올 1월 터진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비리 사건은 문화·예향·민주의 도시인 광주 이미지를 크게 먹칠했다.
수사가 진행될 수록 회사와 노조에서의 관련자들은 늘어났고, 정·관계 고위직 관련 의혹, 광주공장 철수설 등 각종 소문들이 난무하면서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졌다.
이처럼 채용비리 사태가 커지자 기아차는 지난 2월1일 사건발생 후 처음으로 광주공장을 공식 개방하고, 김익환 사장과 박홍귀 당시 노조위원장은 함께 머리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랬고, 노사의 기대(?)처럼 채용비리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사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위선을 확인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임 노조는 ‘노동3권 침해 우려’논리를 앞세워 혁신위 참여를 미뤘고, 회사측 역시 노조를 설득중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결국 지난 17일 노조의 공식적인 불참 통보와 지난 22일 시민단체의 무산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회사 역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뒤 곧바로 ‘노조의 불참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기존의 논리를 되풀이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국민과의 약속이였던 혁신위를 4개월만에 무산시켰다.
기업은 무엇 보다도 신뢰가 중요하다.
기아차 노사는 ‘대국민 사과’로 채용비리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잠시 피할 수는 있었겠지만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 버렸다는 것을 가슴 깊이 아로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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