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골에서] 朴 시장, 문화가 걱정 됩니다 - 김선기 논설위원

요즘 박광태 광주시장이 ‘1등 광주 건설’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오늘의 광주’를 찬찬히 뜯어보면 ‘1등’이란 말을 붙이기가 머뭇거려진다. 박 시장에게 문화정책 관련해서 싫은 소리 한 마디 해야겠다.
먼저, 광주국제영화제 문제다. 매년 10억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부어 개최되는 광주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 부재,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실패한 영화제’란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최근 문광부가 발표한 ‘국제영화제 평가 및 향후 발전방안’에서 보듯 ‘국내 6대 영화제중 최하위’라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쯤되면 광주영화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작업을 통해 새로운 방안 모색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또 지금은 어느 정도 가닥은 잡았지만 시립미술관 건립 문제만해도 그렇다. 부지 선정을 놓고 수 년간 민-관이 샅바싸움을 해서 얻은 결과는 지역 민심의 갈등 조장 뿐이었다. 그리고 문화산업 클러스트 핵심 시설의 하나로 추진한다는 ‘영상복합문화관’ 건립도 무산될 위기라는 소리도 들린다. 사업 시한이 연말임에도 지금까지 건립 부지 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자칫 이미 배정된 국비 37억원 마저 날리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그래도 이 정도는 집안 일이기에 전국적인 망신은 피할 수 있다.
문제는 광주영상위원회다. 이 단체는 지역의 문화인프라를 활용해 영화사를 대상으로 제작 섭외와 촬영 지원, 행정서비스 기능 등을 수행해 수익을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창립됐다. 영상위는 태동 전부터 다른 지역 영상위의 높은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문화중심도시 육성과 더불어 영상위가 꾸려진다고 하니 내심 경쟁의 대상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지역 문화예술계도 문화중심도시로 육성되는 시점에서 지역 영상산업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영상위는 현재 뿌리 조차 내리지 못하고 고사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박 시장의 무관심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고 싶다. 실제로 서울영상위의 경우는 이명박 시장이 이사장으로 직접 참여해 연간 3억4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부산영상위는 시장이 중심이 되어 연간 15억원을, 전주 3억7천만원(전주시 3억5천만·전북도청 2천만원), 대전 3천만원(직원 급료 별도), 제천 1억원, 제주 2억원, 남도영상위는 1억8천만원(순천시 9천만원·여수시 4천500만원·광양시 4천500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또 광주를 제외한 7개 영상위 이사장은 모두 각 자치단체장이 맡아 영상산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는 현재까지 시로부터 동전 한 닢,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형편이다.
영상위 창립에 앞서 문화계 인사들이 몇 차례 박 시장을 방문, 타 도시의 사례를 들어 이사장직 수락을 건의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돌아온 건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며칠 전, 전남일보 창사 기념일을 맞아 내년 광주시장 선거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철옹성’처럼 선두를 지켰던 박 시장이 3위로 내려앉는 이변이 연출됐다. 자신도 믿기지 않았을 게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1위인 강운태 전 장관(26.8%)과 2위를 차지한 정동채 장관(20.8%)은 공통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문화에 관심이 깊다는 점이다. 강 전 장관은 광주비엔날레 창설의 장본인이고, 정 장관은 문광부 수장으로 현재 문화중심도시 추진을 견인하고 있다. 이 사례는 모두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문화를 떠난 정치는 단명하기 십상이다. ‘문화 시장’으로 거듭난 박 시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말, 간절하게 말이다.
kims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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