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DJ 없는 ‘컨벤션센터’ 안되기를… 김혁종 광주대 총장

‘김대중컨벤션센터’가 2년여의 준비를 마치고 오는 9월 6일 개관될 예정이다. 이 건물의 명칭은 당초 ‘광주전시컨벤션센터’였으나,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김대중컨벤션센터’로 바꿨다고 한다. 김대중컨벤션센터로 명칭을 개칭한 이유는 다른 도시에 있는 전시컨벤션센터와 차별성을 꾀할 수 있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지역 출신인 김 전대통령을 기리는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이유들에 대해서 찬성한다.
문제는 앞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어떻게 관리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대중’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와 상징성을 살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각종 박람회나 문화 행사, 세미나, 전시회 등을 사업 내용으로 하는 컨벤션센터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벨상 수상자이고 지역의 큰 어른으로 추앙받고 있는 전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만큼, 명칭에 걸맞는 컨벤션센터의 역사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센터의 성패는 센터 활용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뛰어 넘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를 생각해 보자. 그는 재임시에 경제정책 실패 때문에 결코 인기있는 대통령이 아니었다.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출신지인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 카터센터를 설립, 지구상에서 야기되는 중대사건의 분쟁해결사로서의 역할에 진력했다. 1994년 6월에는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이던 핵문제를 논의하여 긴장을 완화시켰고,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데 공헌하기도 하였다. 결국 21년간의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한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국제 해비타트에서 펼치는 ‘사랑의 집짓기’운동의 일환인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을 진행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쳐 존경을 받고 있다.
설립 목적이 다른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카터센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역할 창출을 요구하는 것은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 DJ가 수시로 얼굴을 나타내고, 지역발전과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면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컨벤션센터로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의 성공적인 퇴임 활동의 사례로서도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DJ도 광주에서 ‘김대중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인권. 평화. 통일운동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지역민들은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는가.
학업, 취업 등 이유로 해마다 많은 인재들이 광주를 떠나고 있다. 광주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유력인사들조차 은퇴 후에는 이곳을 떠난다. 이런 상황에서 DJ가 ‘김대중컨벤션센터’의 개관을 계기로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한다면, 출향 인사들과 광주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겠는가. 그들이 여생을 고향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광주를 중심으로 폭넓은 활동 네트웍을 형성해 준다면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광주를 찾게 될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광주가 활기를 찾는데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주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역민들도 그들이 광주에서 활동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지역 출신 인사와 지역민들이 함께 노력해야만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센터로 성장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DJ 없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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