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연합】한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역설해 온 천수이볜(49) 대만 총통 당선자가 20일 제 10대 총통으로 취임, 92년 단교 이후 날로 악화돼 온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 국면을 맞게 됐다.
대만의 손꼽히는 ‘지한파’ 중 한 명으로 수 차례 “민진당 집권만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천 총통은 취임 이후에도 한국과의 관계개선 의욕을 잇따라 보이고 있어 한국의 “성의 있는 화답”이 뒤따를 경우 천 총통임기(4년) 내에 악화될대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개선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 총통은 20일 취임식 후 ‘금싸라기’ 같은 바쁜 일정임에도 이례적으로 경남대대표단을 한 시간 가량 접견했으며, 양국 관계자들은 이를 “천 총통의 한국에 대한관심과 관계 개선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평소 김대중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밝혀 온 천 총통은 이날 “92년의 한-대만단교 과정에 두 사람은 관련이 없는 만큼 부담 없이 양국관계의 재설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한 뒤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진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장준슝 총통부 비서장과 스딩 아태사 사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양국 국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서도 항공재개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 양국간 최대 현안인 복항 해결 의지를 강력히 내비침으로써 향후 대만 외교부가 한층 전향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식 전날 천 당선자를 예방한 정재문 의원(전 외교통일위원장)도 “천 (차기)총통은 우선 복항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대한(對韓)관계를 조속히 정상화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대만-한국의원 친선 연맹을 이끌고 있는 린펑시 의원도 19일 “총통 보좌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복항을 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히고 “한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빠르면 올해 안에 복항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진당 중앙상무위 집행위원인 린 의원도 지난 4월 한국 방문에 앞서 “새정부의 복항 해결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천총통의 핵심 측근도 지난 달 연합뉴스와의 전화 회견에서 “천 당선자가 취임 후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처럼 천 총통을 비롯한 민진당 관계자들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모처럼 찾아온 황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93년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 친서를 휴대, 대만을 비밀리에 방문하는 등 양국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정 의원은 “천 총통 등이 한국의 현 정부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 노력 없이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 총통은 양국간 고위급 회담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조금만 성의를 보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