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연합】 장소를 바꿔 두달여만인 24일 재개되는 북한과 미국의 회담에 대해서는 협상의 내용보다는 주변 여건과 정황에서 접근하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참사관급 접촉창구였던 베이징을 거쳐 제네바, 베를린, 뉴욕을 전전해온 북미회담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상징성에서 그 의미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분단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시기에 열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시각은 양측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회담의 의제가 쉽사리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핵계획 동결에 관한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는 사실상 북미관계 개선의 핵심적인 현안이기 때문에 설사 내부적인 의견조율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발표는 워싱턴 고위급회담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 3월15일 워싱턴 고위급 회담개최를 위한 뉴욕 준비회담이 닷새만에 아무런 성과없이 중단된 상황에서 별다른 진전없이 이번 로마회담이 열린다는 것도 합의도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근거중의 하나다.
때문에 이번 로마회담을 남북정상회담 이후를 겨냥한 탐색전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우세한 편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개선의 속도조절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우선 지켜본뒤 각자의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협상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서로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미사일회담의 시기만 합의해도 큰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극도의 보안속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담의 성격상 어떠한 은밀한 대화가 오고 갈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측은 “한미 양측이 사전에 철저한 의견조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북측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예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담장소인 로마가 서방선진 7개국(G7)중 유일하게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의 수도이고 북한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대외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의외의 보따리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마에는 북한대사관 외에도 대북식량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서방을 겨냥한 유화제스처와 대외홍보활동의 기회로 활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대북수교에 이어 이번 로마회담 개최에 상당한 비중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미회담이 로마에서 정례화될 수도 있다고 로마의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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