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 두문불출

고려말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최영장군의 세력을 몰아낸뒤 4명의 왕을 바꿔치기 한뒤 결국 왕이 된다. 당시 이성계는 나라 이름을 그대로 고려라하고 고려의 제도와 관습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고려때의 관리들이 예전처럼 나와서 일해 줄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법판서(典法判書)와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 등을 지낸 전오륜(全五倫)은 지금의 개성시 광덕면 광덕산 서쪽에 있는 두문동(杜門洞)에 불사이군의 뜻을 굽히지 않는 동료 100여명과 함께 들어가 산나물을 뜯어 연명하며 고려에의 충성을 다짐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들을 나오게 하기 위해 불을 질렀으나 타죽으면서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이성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으로 국호를 바꿨다. 이때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뜻의 杜門不出(두문불출)이라는 말의 유래가 됐다. 두분불출은 자신의 처지를 잘알아 명분과 이치에 맞게 제대로 처신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두문불출까지는 아니라도 자신의 분수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핵심세력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노대통령도 집권 이후 분수를 모르고 청와대에 입성한 상당수 측근들이 갖가지 비리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감옥에 갔다왔다.
또 장·차관 등 요직에 올랐다가 비리나 말실수로 정권 전체를 욕되게 한 인물도 있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요직에 등용시킨다고 부르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마는 스스로를 살펴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자기 능력 보다 큰 자리면 과감하게 사양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특히 자신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남들의 말에 귀라도 잘 기울이면 된다. 인사권자가 불러도 많은 사람이 반대하면 그 이유가 있음을 헤아려 사양하는 것이 현자다. 유시민의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승범 논설위원 tiger@namdonew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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