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AFP·AP 연합】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야당후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로 예정된 대선 결선투표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후보가 민중봉기 계획을 밝히는 등 페루 정국이 극단적인 혼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결선투표 강행 방침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고조되면서 페루는 국제적인 고립 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알레한드로 톨레도 야당후보는 후지모리 대통령 하야를 위한 대규모 민중봉기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정국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톨레도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데이비드 와이스만은 26일 “정부가 결선투표 강행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 당일 대규모 민중봉기는 물론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규모 민중봉기는 일련의 총파업, 가두시위 및 이와 유사한 항의시위 등이 포함된다면서 이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사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톨레도 후보는 부정 선거 가능성 등을 이유로 결선투표 불참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투표가 치러질 경우 유일 후보인 후지모리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톨레도 후보는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결선투표에 나가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투표 연기를 촉구한 뒤 “이는 평화적인 저항운동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후지모리 대통령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을 통해 집권 연장을 시도하고 있는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후지모리 대통령이 투표 강행 방침을 밝힌 직후인 26일부터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페루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위기를 맞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인만큼 결선투표는 연기돼야 한다고 페루에 촉구했다. 그는 “민주사회의 근간인 자유롭고 공정하며 공개적인 투표가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과 페루의 외교관계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마 시내에는 이미 페루 당국이 결선투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톨레도 후보의 요구를 거부한 뒤인 25일부터 수천명의 시위대가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정치 관측통들은 후지모리 대통령이 톨레도 후보의 불참속에 유일후보로 결선투표에 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정권의 정통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사회학자인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결선투표 강행에 대해 정치적인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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