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들은 실제 보성과 벌교 차이를 정확하게 짚질 못한다. 흔한 구분법으로 행정구역을 따지지만 벌교에선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벌교는 한마디로 딱 부러진다. 소설(태백산맥-조정래 작)속 이미지나 영화(황산벌-박중훈 주연)속 이미지가 이를 잘 나타낸다.
속으로 들어가봤다. 마을 구멍가게 파라솔에 있던 이도, 길가던 어린아이들도 길을 묻는 나그네에게 스스럼없다.
채동선 생가 입구 ‘황금이발관’. 40대 중반인 배인섭씨가 주인이다. 배씨는 이곳 세망리서 나고 자랐다. 능숙한 솜씨로 연신 가위질을 하면서 채동선 선생과 나철 생가 등에 대해 말했다.
발걸음을 옮겨 ‘삼색손칼국수’(061-858-0803)집으로 향했다. 토박이 문경애씨. 원래 치킨집이었으나 불경기를 비켜갈 수 없어 칼국수·수제비집으로 바꿨다. 목이 칼칼하다고 했더니 ‘속이 칼칼하도록’ 수제비를 권했다. 벌교바지락을 드르륵 드르륵 흐르는 물에 씼었다. 소리가 경쾌했다. 홍두깨로 직접 반죽을 밀었다. 호박과 녹차 등으로 삼색을 냈다. 부추와 당근, 새우, 양파 따위를 넣고 바로 끓였다. ‘양 좀 보소’. 한 양푼이다. 오뉴월 뙤약볕을 버티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단돈 3천원이 문제가 아니다. 벌교인심을 단박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채동선 선생 생가를 찾았다가 벌교사람을 제대로 만난 셈이다.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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