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첫눈이 내렸다. 어느새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도 지나갔다.
필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김남주 시인의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라는 시를 떠올리곤 한다.
가을걷이가 다 끝난 황량한 대지에 서리가 내리는 이 무렵, 까치밥으로 홍시 하나를 남겨둘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마음과 자연과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시다. 자연을 위한 마음이 이와 같을진대 이웃과 함께하는 우리 선인들의 나눔과 베품의 미학은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우리 조상들의 나눔형태 중 ‘마당쓸이’와 ‘배장’이라는 것이 있다. ‘마당쓸이’란 양식이 떨어진 사람이 먼동이 트기 전에 부잣집을 찾아서 그 집 마당을 쓸어 놓고 돌아오면 집주인이 머슴으로 하여금 누가 마당을 쓸었는지를 알아보도록 해 곡식을 나누어 주는 풍습을 말한다.
또 ‘배장’이란 시골에서 돈을 모아서 돼지를 잡으면 살코기는 돈을 낸 사람들이 나누어 갖지만 내장 등 나머지 것들은 가져가지 못하고 마을에 사는 환갑 지난 노인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다. 비단 돼지뿐만 아니라 노루나 멧돼지 같은 산짐승의 경우에도 내장만은 노인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필자는 이런 선인들의 베품과 나눔의 미풍양속을 기업문화로 계승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최근 사회는 기업에게 질 좋은 제품과 일자리 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 이외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기업은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활동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근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봉사가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주요한 축이 되면서 각 기업들이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사내조직을 정비하고 사회봉사 휴가제도, 표창제도, 등록제 등의 촉진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발맞춰 광주도시철도공사도 기존의 나눔활동 등을 체계화해 본격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설립 초창기부터 개인 또는 각 부서별로 실시해 오던 것을 지역사회에 맞는 맞춤형, 테마별 봉사활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메트로 나누미’라는 사회봉사단을 정식 출범시켰다.
사회봉사단체로 등록된 ‘메트로 나누미’는 1부서 1봉사단으로 구성, 분기 1회 이상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목욕, 청소, 세탁, 환경정리, 말벗 해드리기, 시설물 수리 등 공공부문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인적·물적·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 연수시 사회시설 봉사활동을 의무화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봉사활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 나눔과 베품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공사 임직원들의 작은 노력들이 새로운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봉사활동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자긍심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또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별로 특성화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개발과 사회공헌활동 관련 조직의 활용, 기업간 또는 자치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으로 봉사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우리네 미풍양속 계승의 아름다운 가교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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