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시론] 고3 수험생이여! 24시간만 쉬자

형광석 교수(목포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11월은 역사적으로 매우 뜻 깊은 달이다. 1929년 11월 3일은 일제의 강점과 폭압에 맞서 학생이 일어난 날이다. 이제 11월 3일은 그 명칭도 올해부터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바뀌었다.
1970년 11월 13일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이 온몸을 던져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친 날이다. 11월은 오직 바른 길을 생명으로 알고 실천하는 피 끓는 학생과 청년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에 획을 그은 달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달에 대학입학으로 가는 첫 시험이 있다. 대학입시제도는 변천을 거듭했다. 1969년부터 1981년까지는 대학입학예비고사가, 1982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입학학력고사가 시행되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어느 시험이든지 그 취지는 대학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는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란다.
그런데도 최근으로 올수록 고교의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사설학원이 엄청나게 늘어나 사교육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2006년 11월 16일은 수능의 날이었다. 유치원 3년, 초등 6년, 중학 3년, 고교 3년 등 총 15년간의 학교교육을 통한 학습의 결과를 전면 평가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18년을 중간 결산하는 날이었다.
수능을 본 학생들이여! 글을 깨친 이후부터 공부에 참 많이도 시달렸다. 그래도 깨달음의 기쁨이 있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독서실로, 눈코뜰 새가 없었다. 고교에 입학해서는 신 새벽부터 일어나 다음날 새벽 한 두시까지 눈을 총총히 뜨고 부라렸다.
어제 아침 일찍 대학수학능력시험 현장을 둘러보았다. 가방을 등에 메고 점심도시락을 손에 들고 나타나는 수험생과 학부모. 고사장 입구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수험생인 형과 언니들에게 따끈한 차를 타주고 이름을 소리 높이 불러 응원하는 후배들. 제자를 격려하는 여러 선생님. 가히 독립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을 전송하는 듯한 비장한 모습이다. 수험생은 지난 15년간, 짧게는 집중적으로 3년간 잘 훈련된 수험전사이다.
수험전사여! 이제 그대는 인생 전쟁터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한 전투를 치렀다. 오늘의 전투결과에 너무 속상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투에서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비록 오늘의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면 된다. 인생 전쟁터는 수많은 전투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입학전투, 국방의무이행전투, 취업전투, 배우자 찾기 전투, 직장생활전투, 재테크 전투, 2세 잘 키우기 전투, 사회적 지위 쟁취 전투,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노후준비전투 등등….
전쟁에서 이기려면 24시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미국의 스포츠계에서 한때 잘 나갔던 어느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24시간만 그 경기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지고 나서 시무룩하게 있는 것도 24시간이요, 이기고 나서 우쭐해 있는 것도 24시간이었다. 24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에서 출발해 선수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그래서 그는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한편 조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해 성공한 중국 화교는 세 가지를 명심했다고 한다. 쉬지 말라. 게으르지 말라. 아프지 말라.
수능이 이제 끝났으니 푹 며칠 쉬고 싶을 것이다. 마땅하다. 어느 누구도 수긍할 수 있다. 그래도 오래 쉬면 리듬이 깨진다. 24시간만 쉬자. 쉬지 말고, 게으르지 말고, 아프지 말자.
2년 전에 어느 대학원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요즘 대학 새내기는 놀지도 않아요. 고3생의 리듬 그대로 공부를 미친 듯이 해요. 그래선지 어린나이에 고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많은가 봐요.
이번 입시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24시간만 기뻐하고 시무룩해지자. 고3생과 같은 생활의 리듬을 그대로 대학생활 때에, 재수할 때에, 사회생활 때에 이어가자. 그리하여 여러분이 나고 자란 고장인 광주·전남에 밀착된 세계지향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가르치고 뒷바라지 해주신 선생님과 부모형제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씀을 하실 줄 믿는다. 성공하려면 ‘미인대칭’해야 한다. 미소, 인사, 대화,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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