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이것도 우발적인 폭력인가

정성문 차장/정치부

22일 오후 광주시청 앞 미관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협상 저지를 위한 광주·전남운동본부 시·도민 궐기대회가 결국 폭력시위로 막을 내렸다.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폭력시위에 대한 지역민은 물론 전 국민적인 거부감이 대세여서 경찰 정보에도 불구, ‘설마’라며 평화적 시위를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3시간도 채 안 돼 보도블록이 날아다니고 죽봉을 휘두르는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인간띠잇기 행사를 하던 도 중 시장과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에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들은 들고 온 죽봉을 휘두르고, 시청 광장에 깔린 보도블록을 들어내 시청 현관 대형 유리창 30여장을 깼다.
느닷없는 보도블록 투척에 청사를 지키던 전경들과 시위진압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시청공무원들이 날벼락을 맞은 것은 자명한 일.
보도블록에 맞고 시위대에 맞아 기절하고 부상당한 경찰과 공무원이 수십명이라고 한다. 시위대도 진압경찰에 맞아 부상당한 사람이 여럿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폭력을 행사한 주체는 경찰도 공무원도 시민도 아닌 바로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라는 점이다.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평화시위 관련 세미나장에서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토론 중 “조직적으로 무장한 시위는 없고 폭력시위는 우발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벌어진 폭력시위도 우발적이란 말로 또는 경찰이 폭력을 유도했다는 말로 해명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폭력시위가 예상돼 있었고 경찰에서 폭력시위에 대한 경고를 했음에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은 시위대 지도부가 우발적인 상황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발적 폭력에 가담한 시위대를 색출, 자수를 하도록 해 평화적인 시위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폭력이 지나간 자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흔적을 지우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시청에 청사안내용 로봇이 배치되면서 유치원생들의 견학이 부쩍 늘고 있다. 시청을 찾은 유치원생들에게 폭력의 흔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발적’이라고 해야 하나.
거리의 폭력시위도 문제지만 공공기관을 파손하는 행위는 더 더욱 문제다. 차제에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강력한 후속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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